“정부출연연구기관은 국가의 미래가 걸린 연구나 기업, 국민이 필요로 하는 장기·대형 R&D를 수행해야 합니다. 연구원들이 프로젝트 따기 바빠서야 무슨 비전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최근 산업기술연구회에 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기관 조직과 R&D과제를 전면 개편 중인 이상천 한국기계연구원장(56)의 출연연 정체성에 대한 진단이다.
영남대 총장 출신인 이 원장은 “연구원들이 1인당 평균 6개 정도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고부가가치 연구성과가 나올 수 없다”며 “공급자 중심의 기술 개발이나 논문, 특허나 양산하는 출연연 구조는 마땅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편의 핵심은 학제간, 융합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과제를 주어진 여건에 따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12명으로 TF를 구성해 과제 분석에 착수하고 7∼8개 핵심과제 후보를 선별 작업 중입니다.”
이 원장은 지난 9월 부임하자 마자 기술 개발 방향을 수요자에 맞춰놓고 과제를 분석하고 있다. 기관 개편의 목표는 기계제조의 R&D 허브화다. 이에 따라 이 원장은 저탄소 녹색성장에 필요한 장비를 공급하기 위해 현재 태양전지 등 그린머신 부분과 차세대 반도체 공정 설비 등을 기본 사업비로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대형·장기과제의 경우 2∼3개 정도를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기관 기본 사업비가 247억원이지만 내년에는 294억원으로 늘려잡고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국가 비전을 담보할 10년 이후를 내다본 소신 있는 연구가 진행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기계연의 중소기업 지원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이 원장은 영남대 교수로 재직하던 지난 96년부터 ‘기술이전’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대학의 기술이전과 혁신방안을 줄곧 추진해왔다. 이는 프랑스와 영국, 미국 등을 돌아본 경험이 토대가 됐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대학의 기술이전 문제는 기술개발과 수요자 간 눈높이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역으로 해석하면 실용화 연구가 취약하다는 것이죠.”
이 원장은 특히 국내 최대 기계산업단지인 창원을 주목하고 있다. 기계연이 개발한 R&D와 창원지역의 기계제조업체간 연계야말로 양자가 서로 윈윈할 전략 과제라는 시각이다. 이 곳에서 혁신 클러스터를 운영해본 노하우가 밑거름이 됐다.
이 원장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구구팔팔’에 주목하며 “국내 기업의 99.5%가 중소기업이고, 국내 인력의 88%가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