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XNOTE R410 ‘데스크톱 뺨을 치다’

LG전자 XNOTE R410 ‘데스크톱 뺨을 치다’

디자인은 디지털에 감성을 부여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 디지털이라고 하면 소비자의 선택은 분명합니다. 0 아니면 1. 하지만 감성이 부여되는 순간 제품은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하죠. 노트북을 고를 때에도 이런 감성적인 선택 기준은 이렇듯 어찌 보면 모호할 수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확실한 것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멋진 걸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으니 말이죠.

LG전자의 XNOTE R410도 이런 감성적인 측면에서의 확실한 감을 주는 제품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노트북이라는 게 비슷비슷한 기능을 갖추고 있는 데다 기술적인 면에 대해선 잘 모르는 소비자도 많지만 디자인은 누구나 평을 할 수 있으니 꽤 매력적인 접근 방법을 택한 듯합니다.

XNOTE R410은 화이트 펄 컬러를 주요 톤으로 삼고 있습니다. 한때 노트북이 모두 ‘검둥이’이던 시절에 애플의 화이트 톤을 보며 부러워했던 게 생각나는군요. 본체를 열어보면 전원 버튼과 터치패드, 인디케이터까지 노트북 조작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만 배치해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제품에서의 단순미는 직관성을 높이는 동시에 디자인 컨셉트를 함께 유지해주는 역할을 부여해주는 것 같습니다.

안쪽은 흰색 톤으로 깔끔함을 강조하려는 듯하지만 외형은 깔끔합니다. 뭐랄까요. 속옷은 깔끔하게, 하지만 겉옷은 화려하게 입은 격이라고 할까요? 겉면에는 그라데이션을 넣은 와인 색상을 얹었는데 와인 색상은 고급 가전 제품이 즐겨 쓸 만큼 인기가 높은 색이기도 합니다. 그라데이션을 준 건 잘 한 것 같군요. 흰색이나 검은색을 빼곤 단색은 자칫 제품을 ‘컨추리로 보내버리는’ 경우도 생기니 말입니다.

본체 주변은 라운딩 처리를 했습니다. 부드럽게 각을 크게 줬는데요. 노트북 안쪽에 보이는 흰색과 만나는 힌지 부위의 좌우 캡은 스틸 재질로 깔끔하게 마감 처리를 하는 동시에 광택이 나는 와인 색 테두리를 둘렀습니다. 이건 눈에 띄는 포인트가 되는 듯합니다.

R410의 겉면에 쓰인 재질은 ABS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라고 합니다. 이건 강도가 높은 고분자 물질인데 탄성이나 마모나 충격에 견디는 힘이 강하고 내열성도 뛰어나다고 합니다.

R410은 노트북 스타일리스트라는 슬로건을 내건 제품입니다. 앞서 설명 드린 디자인적인 측면은 이 제품의 외형적인 매력을 잘 나타내주는 요소가 될 듯합니다. 기능적인 면에 대한 것도 몇 가지 컨셉트를 잡아볼 수 있겠는데요. 멀티태스킹과 엔터테인먼트, 편의성 이 3가지는 지금 구입하는 노트북에서 놓쳐서는 안 될 구입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동시에 R410의 특징이기도 한 요소이기도 하고요.

멀티태스킹이라는 건 동시에 여러 작업을 하는 걸 말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영화를 동시에 보거나 문서 작업을 하면서 음악을 듣는 등 몇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걸 뜻하는 것이죠. 실제 노트북을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실용적인 성능’의 잣대가 될 것입니다.

R410은 인텔 센트리노2 플랫폼을 채택한 것인데요. 요즘 인기가 높은 저가 넷북을 고려하는 분이 많은 것 같은데 그냥 단일 작업, 그것도 인터넷 검색이나 문서 작업만 한다면 넷북도 충분히 권할 만하지만 멀티태스킹과 엔터테인먼트를 원한다면 센트리노2 플랫폼 제품이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센트리노2는 지난 7월 인텔이 발표한 최신 노트북 플랫폼입니다. 센트리노는 노트북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센트리노 이전에는 노트북에는 모두 부품 단위만 존재했을 뿐인데 이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없는, 조금 과장하면 신호등 없는 도로 같았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2003년 인텔은 이런 개별 부품 단위만 있던 분야에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들여오면서 센트리노를 선보였습니다. 센트리노는 이후 노트북을 고를 때 기준의 하나로 쓰였는데 지금도 노트북 사양을 보면 산타로사, 나파, 소노마 등 센트리노 플랫폼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센트리노 자체가 CPU 같은 개별 부품을 나타내는 게 아니라 CPU와 메인보드 칩셋, 무선 네트워크 칩이라는 삼위일체로 이뤄진 조합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R410에 쓰인 센트리노2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CPU는 코드명 펜린 계열의 코어2듀오인데 제조공정은 45nm, L2캐시는 최대 6MB까지 늘린 것도 있습니다. FSB는 1,066MHz로 늘어났는데 이건 산타로사가 800MHz, 나파가 667MHz, 소노마가 533MHz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몇 년 만에 2차선 도로가 4차선 도로로 확장을 한 셈입니다.

멀티태스킹 얘기를 하다가 센트리노2 얘기로 흘렀는데요. 멀티태스팅 능력의 경우 기존 제품보다 최대 50%까지 성능이 높아졌다는 게 인텔 측의 얘기입니다. 실제 상황에선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아무튼 기존 플랫폼보다 상당한 멀티태스킹 능력을 지녔다는 건 분명합니다.

센트리노2 얘기가 나왔으니 R410의 삼위일체 요소를 하나씩 보는 게 좋겠군요. 앞서 잠시 소개한 CPU의 경우 제가 써본 모델은 코어2듀오 P8600을 달았습니다. 2.4GHz 클록으로 동작하는 것입니다. 이젠 기가 단위로 올라가도 별로 놀랄 일 없죠? 1999년인가 데스크톱PC용 CPU가 1GHz 넘는 것 나온 걸 보고 정말 놀랐었는데 참. 아무튼 P8600은 동작 클록도 높지만 L2 캐시도 3MB나 되어서 넉넉한 캐시 용량을 자랑합니다. FSB는 앞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4차선 ㅋ 1,066MHz이고요.

센트리노2의 제2원소는 메인보드 칩셋. 이전 산타로사 계열은 965GM이나 PM을 주로 섰지만 센트리노2는 GM47이나 PM47 그러니까 4 시리즈로 단숨에 업그레이드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네트워크 칩셋을 들 수 있는데요. R410은 이미 센트리노 듀오 시절 인텔이 도입한 바 있는 IEEE 802.11n 무선 랜 규격을 지원합니다. IEEE 802.11n에 대해선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속도가 무려 300Mbps. MIMO(Multiple Input Multiple Output)를 통해서 안정성과 무선 랜 사용 범위까지 넓혔습니다. 기존 IEEE 802.11g가 54Mbps였던 걸 생각하면 이것도 앞에서 예로 든 도로로 따지면 ‘1차선이 6차선으로 늘어난 꼴’이 됩니다. 물론 이론상 그렇다는 것이지만 아무튼 대단한 거죠.

R410은 터보메모리도 제공합니다. 터보메모리는 센트리노2에선 원래 옵션으로 빠져 있는 것인데 들어가 있군요. 터보메모리는 처음 나왔을 땐 512MB~1GB 가량이었지만 R410에 들어간 것은 2GB입니다. 2배 가량 높아진 것입니다. 터보메모리를 쓰면 윈도 비스타 레디 부스트를 활용해 부팅 속도나 특정 소프트웨어의 실행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됩니다.

다른 사양을 보면 메인 메모리는 DDR2 SDRAM 3GB, 그래픽 코어는 엔비디아의 GeForce 9300M GS(별도로 전용 메모리 256MB를 달았고요), USB 2.0 포트 3개와 외장 하드디스크 연결을 위한 e-SATA 포트, 디지털 TV 연결을 위한 HDMI 포트, 기가비트 이더넷 포트, 외부 모니터 연결을 위한 D-SUB 포트, 6in1 메모리 리더, 익스프레스 카드 슬롯 등을 모두 달았습니다.

아. 광드라이브를 빼먹었군요. 이건 DVD 듀얼레이어까지 읽어들일 수 있는 슈퍼멀티 드라이브인데요. 착탈식입니다. 떼어냈다가 붙일 수도 있다는 거죠. 이걸 빼내면 R410의 무게는 2.28kg 가량 됩니다. 그 밖에 130만 화소 웹캠도 달았습니다.

제품 크기는 338×252×31mm(두꺼운 곳은 38.9mm)입니다. R410은 데스크톱 대체형으로 봐야 할 모델인 만큼 무게나 크기는 조금 나가는 편인데요. 그래도 대부분 책상에서 쓰더라도 이동성도 조금은 고려해서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착탈식 광드라이브 등도 고려한 것 같습니다. 액정은 35.8cm(14.1인치)이니 모니터 연결 없이 그냥 써도 충분한 수준입니다.

그 밖에 칭찬할 점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편의성입니다. 비스타의 가젯을 잘 활용해서 스마트 인디케이터라는 걸 서비스하고 있는데요. 디스플레이 밝기나 볼륨, 배터리 상태, 무선 네트워크 상태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군요.

노트북을 구입할 땐 항상 이것저것 따질 게 많습니다. 앞에서 잠깐 말씀드렸지만 그냥 인터넷 검색이나 문서 작업을 하겠다면 넷북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노트북으로 데스크톱에서 즐기던 멀티태스킹, 영화나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TV나 모니터 모두 곧바로 연결 가능하죠)를 충분히 즐길 생각이라면 R410 같은 제품은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