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27일 러시아 북동부 플레세츠크. 코스모스-3M 로켓은 엄청난 화염과 굉음을 내며 순식간에 구름을 뚫고 하늘로 사라졌다. 로켓 상단부에는 5개의 소형위성이 배치됐고, 발사 후 30여분 만에 순차적으로 분리됐다. 이들 위성 중 하나는 우리 은하 관측이 주 임무였다. 이 위성은 원형궤도에 진입해 약 100분에 한 바퀴씩 지구를 돌며 임무수행에 들어갔다.
‘원자외선 분광기’라는 관측기기를 통해 황도 북극에서 남극까지 우리 은하를 반복적으로 훑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가시광선·마이크로파·X선 영역에서 탐사가 이루어져 왔으나, 원자외선 영역의 우리 은하 전체탐사는 이번이 세계 최초였다.
은하원반 부근에서는 별들이 태어나고, 이 중 일부는 초신성 폭발을 겪는다. 이때 발생한 열은 성간물질을 수백만도 이상으로 가열시킨다. 가열된 성간물질은 분수처럼 은하원반 밖으로 분출된 뒤 냉각과정을 거쳐 성간구름이 되고, 다시 별로 진화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성간물질을 구성하는 고온 플라즈마가 냉각과정에서 방출하는 원자외선을, 이 위성이 관측함으로써 ‘은하 분수 모형’을 뒷받침했다. 돛자리와 백조자리 초신성 폭발 잔해 관측에서는 세계 최초로 탄소이온 방출선 영상을 획득했고, 에리다누스자리와 황소자리 지역에서는 최초로 수소분자운 방출선을 발견했다. 또 나선은하군, 대마젤란 성운 등 외부은하를 관측해 우리은하와 타 은하의 성간물질 분포에 관한 비교연구를 가능하게 했다.
위성의 관측결과와 분석연구를 모아 국제 학술지 ‘애스트로피지컬 저널’ 2006년 6월 특집호로 발간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위성이 바로 국내 기술로 개발한 과학기술위성 1호다.
내년에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과학기술위성 2호는 지구 및 대기 감시를 위한 ‘라디오미터’라는 관측기기를 탑재한다. 지표 또는 대기에서 발산되는 23.8㎓ 및 37㎓ 대역의 미세한 마이크로파를 감지해 해양·온도·토양수분 분포·대기수분 함량을 관측하고, 강우량을 예측한다. 광학카메라와 달리 날씨 변화에 관계없이 이용이 가능하고, 밤에도 관측할 수 있다. 관측 자료는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 및 생태계 환경변화 분석에 필수적인 지구의 물과 에너지 순환연구에 활용될 예정이다. 또한 과학기술위성 2호는 위성의 정밀거리 측정 및 정밀궤도 결정을 위해 레이저반사경을 탑재한다.
2010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과학기술위성 3호는 우주 및 지구관측용 다목적 적외선 영상시스템을 탑재한다. 은하면의 근적외선 방출광을 관측, 우리 은하에 분포하는 고온가스의 기원을 밝히고 성간난류가 가진 물리적 특성을 규명한다. 또 지구 적외선 영상을 촬영해 지구환경변화 연구에 활용하며, 함께 탑재되는 소형영상분광기는 수십개 파장대역으로 지표면을 관측하여 환경 및 생태감시를 수행한다.
과학기술위성은 ‘우주기술검증’과 ‘과학임무’의 두 가지 목적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주기술 발전과 기초과학 연구에 공헌해왔다. 100∼150㎏급 과학기술위성은 천문우주 및 지구과학 연구를 위한 우리나라의 유일한 위성이며, 동시에 핵심우주기술 검증을 병행하는 대표적인 저비용·고효율 우주개발 프로그램이다. 과학기술위성의 지속적인 과학임무 수행을 거쳐 지구 및 우주를 포함한 기초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성과 창출을 기대한다. 명로훈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소장 nhmyung@ee.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