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북, 약이냐? 독이냐?’
초저가 미니노트북인 넷북의 돌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PC제조업체에는 넷북의 수익성을 되묻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초 넷북이 ‘세컨드 PC’로 새로운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측됐던 것과는 달리 기존 PC의 교체수요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트북의 다양한 라인업 중 넷북은 가장 저렴한 제품군이다. 그만큼 PC제조업체 측에서는 이익이 크지 않다. 넷북이 PC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과연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IDC가 집계한 2008년 3분기 PC시장 예비조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노트북PC 출하대수는 41만대를 조금 넘겼다. 지난 3분기 제조업체별로 공개한 넷북 판매량을 합산하면 10만대에 육박한다.
지난 2분기 판매량 약 40만대에 비춰 소폭 성장했으나 넷북 판매량 약 10만대를 제외하면 31만대 수준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통상 3분기는 PC시장 최대 비수기로 꼽히는 2분기에 비해 판매가 다소 증가하는 시기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여파로 시장이 얼어붙었다 해도, 넷북의 가공할 만한 판매량을 따져볼 때 넷북이 다른 노트북 시장을 갉아먹고 있다는 분석이다.
넷북이 시장에 나왔을 때, 제조업체는 넷북을 세컨드 PC로 포지셔닝했다. 기존의 데스크톱PC나 노트북PC를 갖고 있는 사용자가 이동하면서 가볍게 사용하는 PC로 값이 저렴한 넷북을 추가 구매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이로써 PC 시장의 전체 파이를 늘리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뜻밖의 경기침체와 맞물려 저가 노트북PC를 구매하려던 소비자가 넷북으로 몰리며 넷북이 저가 노트북PC 시장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넷북이 PC시장에서 기대 이상 선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급부로 셀러론이나 AMD의 CPU를 탑재한 저가 노트북PC가 ‘죽을 쑤고’ 있다”며 “판매 대수는 늘고 있지만 제조업체 측에서는 마진이 박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더욱이 넷북은 고환율 여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LG전자·삼보컴퓨터 등 위탁생산업체에 달러를 주고 제품을 사오는 업체는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아수스코리아, MSI코리아, 델 등 환율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외산업체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국내 제조업체 중 유일하게 넷북을 직접 생산하는 삼성전자도 중국 공장에서 제품 전량을 수입해 오기 때문에 여파를 피하기는 어렵다.
외국 업체 한 관계자는 “환율 영향으로 수입 가격이 크게 뛰었지만, 국내 PC제조업체가 넷북 판매에 공격적으로 나선 상황에서 가격을 올릴 수 없어 고민이 크다”며 “넷북을 판매하는 대부분 업체가 수익성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