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단순· 명료·예측 가능 해야죠"

"규제는 단순· 명료·예측 가능 해야죠"

 “설명이 복잡하면 안 되죠. 단순(simple) 명료(clear)해야 합니다.”

 노준형 서울산업대 총장(54)이 규제기관의 수장자리를 떠난지 1년여만에 훈수를 뒀다. 이를 테면 현 방통위의 업무 추진 경과를 지켜보며 던져준 한 마디 조언이랄 수 있다.

 지난 1977년부터 30년간 경제기획원과 정보통신부 요직을 두루 거친 뒤 제10대 정보통신부 장관(06년 3월∼07년 8월)을 맡아 체득한 규제 정책 경험·지식의 요체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가을이 서산으로 접어드는 저녁 무렵, 1년여만에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몸을 살짝 옹그린 듯한 그만의 특유한 걸음과 마주했다. 그 걸음이 그대로인 것처럼 그가 장관 시절 막바지에 추진했던 ‘통신서비스 사후규제’의 확신도 그대로였다.

 그는 “시장 상황이 소비자 후생을 보장하지 못하거나 후생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 게 명백할 때 정부가 개입(규제)해야 한다”고 자신의 사후규제론을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통신서비스 도매규제 도입’과 같은 정책을 통해 규제 끈을 느슨하게 하되 시장에 엄격한 사후규제를 펼치려 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장 지배력이 큰 사업자의 통신상품 소매가격(이용약관)을 인가하는 제도를 없애기로 한 것 등도 그의 사후규제 정책의지가 이어진 결과다.

 그는 “규제에 대한 설명이 길어질수록 시장에서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단순 명료하게 규제하되 반드시 일몰규정을 둬 규제 예측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처럼 확고한 방송통신 규제 철학은 ‘정보통신기술(ICT) 컨트롤 타워 논쟁’에도 거침없이 닿았다.

 “지금은 방통위를 비롯한 정부 어느 부처도 실질적인 ICT 컨트롤 타워로서 기능할 수 없는 환경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위원회 조직이 산업을 진흥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 새로운 대안의 필요성을 암시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정보통신부를 떠날 때 기자에게 “이제 대학 경영자로서 필요할 것 같은 골프도 배우고 술자리에도 자주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었다.

 그로부터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여전히 골프에 입문하지 못했고 소량의 음주로도 치명적 손상을 입는 이른바 ‘희귀종 장관 출신 총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서울 가락동 중앙전파관리소 테니스 코트에서 김영주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함께 동급(장관) 최강 실력을 뽐내는 그와 겨루려는(?) 후배 공무원들이 아직도 줄을 잇는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