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배제에도 승승장구…오픈베타와 상용화 전후한 "분할마케팅" 눈길
[더게임스 김상두기자]국내 온라인게임 마케팅 창구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가 신작 ‘아이온’ 론칭에 있어 기존 온라인 게임 마케팅 창구를 배제한 전략과 전술이 먹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리니지" "리니지2" 등으로 국내 MMORPG 시장의 꽃을 피운 엔씨는 정액제, 종량제 등의 요금제를 만들어 냈고 음료업체와의 협력마케팅, RPG 유저간담회 등 전혀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후 수많은 온라인게임업체들이 이와 유사한 방식의 마케팅을 도입했다. 엔씨는 게임 개발 뿐만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시대를 선도하는 ‘트랜드 메이커’였다.
11일 ‘아이온’ 론칭에 있어 엔씨는 또 한번 기존 틀을 깨버렸다. 국내 최고의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광고 집행을 배제한 것.
2004년 이후 수많은 MMORPG가 론칭됐고 각 서비스업체들은 오픈베타 최소 2주 전부터 네이버, 다음 등 주요 인터넷 포털에 물량공세를 퍼부었다.
특히 메이저 게임업체에게 네이버는 신작을 알리는 필수 매체로 여겨졌다.
엔씨는 아이온’ 오픈 당일까지 네이버라는 거대 창구를 활용하지 않았다. 기존 관행을 완전히 뒤엎은 셈이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온’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뚜껑이 열린 ‘아이온’은 유저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동시접속자가 채 하루도 안돼 10만명을 돌파하는 경이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엔씨의 과감한 관행 파괴는 네이버가 게임을 알리는 데는 주효할 수 있지만 유저를 모으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하루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의 비용이 투자되는 마케팅 채널이 결코 절대적 조건이 아님을 증명한 셈이다.
엔씨 관계자는 “그동안 네이버를 최적의 마케팅 창구로 여겼왔고 ‘리니지2’ 등 신작을 론칭할때마다 이를 적극 활용했지만 투자 대비 효과는 사실상 크지 않았다”며 “‘아이온’ 마케팅은 불특정 다수를 위한 방식보다는 유저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 포털을 전면 배제한 것은 아니며 협력 관계에 있는 ‘야후코리아’‘다음의 경우 현재 광고를 집행중이며 수학능력평가를 전후한 14일부터 게임 전문매체 등으로 인터넷 광고를 본격적으로 확대시킬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엔씨는 더불어 상용화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오픈베타 후 확보한 유저들이 본격적으로 이탈하는 상용화 시점을 기해 물량공세를 펼칠 방침이다.
과거 오픈베타에 몰렸던 마케팅을 ‘상용화 시점’과 나눠서 전개하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의 무용론’과 김택진 사장의 ‘창구 다변화를 통한 분할 마케팅’정책이 전격 시행되는 셈이다.
이같은 방식에 대해 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상당수 게임사들이 유저몰이에만 집착해 오픈베타 전후에 마케팅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어 정작 상용화 시 유저이탈을 방지키 위한 마케팅을 전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효율적인 마케팅을 위해서는 한번에 쏟아붓는 ‘올인’이 아닌 ‘분할’ 마케팅이 필요하다”며 긍정론을 펼쳤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처럼 오픈베타가 6개월 이상 지속될 때야 공개 서비스 초기 유저 몰이가 중요해 대대적 마케팅이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오픈베타에서 상용화까지가 채 3개월이 되지 않고 있다”며 “오픈베타에만 몰입하는 것은 깜짝흥행에 그칠 수 밖에 없는 비효율적 마케팅으로 롱런을 위해서는 상용화와 업데이트 등을 염두한 단계별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대작 MMORPG, 그것도 ‘아이온’ 처럼 이름이 알려진 작품에만 국한된 사례라며 게임의 특성를 고려치 않은 분할마케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캐주얼게임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캐주얼은 상용화보다는 초반 유저 몰이가 사실상 흥행을 가르는 포인트”라며 “유저가 없는 데 상용화를 고려한 마케팅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온’은 서비스 이전 부터 그 이름을 떨쳤기에 초기 마케팅 없이도 승승장구 할 수 있었지만 신생 개발사의 작품이 이같은 경지에 오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오픈베타 전후한 전사적 마케팅 없이는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sd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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