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성과 반도체성이 섞인 탄소나노튜브를 각각의 성격에 따라 대량 분리하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첫 개발했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이상천) 한창수 박사팀은 성균관대 백승현 교수, 탑엔지니어링과 공동연구를 통해 금속성과 반도체성 탄소나노튜브를 동시에 고순도로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대부분의 제품과 기술은 반도체성이나 금속성 하나의 성분만 가진 탄소나노튜브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탄소나노튜브는 제조할 때 금속성과 반도체성이 섞인 상태로 만들어진다. 현 기술로는 이를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제조 후 분리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 메모리에 탄소나노튜브를 적용할 경우 금속성 나노튜브가 섞이면 소자 성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투명전도성 필름처럼 금속성이 필요한 부분에서 반도체성이 섞이면 저항을 높이는 역할을 해 성능이 떨어진다.
지금까지 개발한 분리기술은 특정 성질의 나노튜브를 파괴하는 방법,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방법 등이 연구되고 있으나 90% 이상의 고순도 분리가 불가능하거나 극미량에만 적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탄소나노튜브를 용액에 녹여 바이오칩과 같은 마이크로유체칩에 흘려보내고, 여기에 전기장을 걸어 금속성과 반도체성 나노튜브가 다른 방향으로 흐르도록 하는 방법으로 90% 이상의 고순도로 대량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탄소나노튜브 제품 성능을 극대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결과는 나노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지난 1월 탑엔지니어링에 원천기술을 이전했다. 또 3건의 국내특허 등록을 했고, 미국·유럽·일본 등에 국제특허를 출원 중이다.
한창수 박사는 “탄소나노튜브 분야의 오랜 난제에 속하는 고순도 대량분리 원천기술을 개발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현 기술 개발 추세로 볼 때 향후 3년 내에 모든 산업분야에 사용할 수준의 대량분리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