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한파로 원자재, 부동산 등의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술계도 ‘디플레이션(자산가격 하락)’으로 신음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지난 11일 소더비의 현대미술 경매장에 영화배우 스티브 마틴, 억만장자 엘리 브로드,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등 거물급 인사들이 참여했지만 정작 경매액은 1억2510만달러(경매수수료 포함)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는 당초 예상액이었던 2억240만달러의 반토막에 불과한 금액이다. 특히 이날 경매는 ‘반액 대매출’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출품작 63점 가운데 20점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경매 주관사들이 미술시장 침체를 감안해 가격을 크게 내려잡았지만 이 마저도 소비자들이 구매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경매 주관사들의 최근 판매실적을 감안하면 미술품 가격이 2006년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소더비 현대미술 분야 책임자인 토비아스 마이어는 이번 경매 실적과 관련 “시장은 적정선에서 형성됐지만 경매 참여자들이 영리하고 노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996년 경매 이후 가격 상승의 가도를 달렸던 필립 거스톤의 작품 ‘걸인의 환희’(Beggars Joys)에는 단 한 명의 경매자만이 입찰했으며 당초 예상가였던 1500만달러를 훨씬 밑도는 1010만달러에 낙찰됐다.
또 다른 기대주였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1963년작 ‘옷깃과 얼굴 반쪽’은 경매 카탈로그의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아무에게도 팔리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한편 판매된 작품의 대다수는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팔려 금융위기 이전을 기준으로 높은 예상가를 매기고 원주인에게 그에 부응하는 출품료를 지불한 소더비는 손실을 떠안아야 할 처지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