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100년이 됐지만 게임은 이제 30년에 불과합니다. 게임은 점점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매체로서 발전해 나갈 수 있습니다. 창작 열의가 높은 젊은이들이 그 꿈을 펼칠 수 있는 분야가 게임입니다.”
심용성(32) 넥슨 유닛장은 온라인게임이 단지 산업적 효과뿐 아니라 예술적 가치도 높다고 강조했다. 심 유닛장이 넥슨에서 하는 일은 온라인게임 ‘마비노기’의 기획이다.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인 마비노기 속에 있는 콘텐츠를 이용자가 더욱 재미있고 유익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심용성 유닛장은 게임 업체에 입사하기 전 시나리오 작가였다. 황정민과 전지현이라는 당대 최고의 배우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시나리오가 그의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게임 마니아였던 그는 지인을 통해 게임 업체 입사 제의를 받았다.
심 유닛장은 “사람의 감성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영화와 게임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게임 분야로의 전직을 결정했다”며 “솔직히 게임 업계가 영화 업계보다는 안정적이라는 점도 한몫했다”고 웃음지었다.
심 유닛장은 온라인게임이 영화는 물론이고 다른 문화콘텐츠가 갖지 못하는 매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온라인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콘텐츠 제공자와 이용자가 서로 소통하는 양방향성”이라며 “영화는 길어야 3시간, 대하소설도 10여권에 그치지만 온라인게임은 몇 년이 넘도록 이어지는 네버엔딩스토리”라고 설명했다.
심 유닛장은 또 “기술의 발전으로 영화에서 표현하기 힘든 장면도 온라인게임에서는 실현할 수 있다”며 “아직 감수성 면에서는 부족하지만 좋은 기획자가 많아지면 이 문제도 점차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 유닛장은 최근 콘솔게임인 ‘페이블2’를 해보고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많은 게임이 자투리 시간에 그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을 주는데 페이블2는 그 팁을 유머와 위트가 넘치게 표현했다”며 “그런 디테일이 우리나라 게임 기획자가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부문”이라고 말했다.
아직 온라인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예술적 가치를 오래전부터 인정받고 있는 영화계에서 게임 업계로 넘어온 심용성 유닛장은 “좋은 콘텐츠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온라인게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용성 유닛장은 끼와 아이디어가 넘치는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에게 게임 산업에 도전해보라고 권유한다. 무한한 경제적 가능성은 물론이고 예술적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는 온라인게임의 미래 때문이다.
장동준기자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