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청소기제조사 다이슨의 독점 수입 업체 엘렉스상사 김성수(가명) 사장은 올 여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다이슨 본사에서 수입 판매에 대한 계약 해지 통보를 보내왔다. 기대만큼 실적이 좋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기대하던 아시아형 신제품 출시를 앞둔 터라 충격은 더 컸다.
다이슨의 ‘토사구팽’에 총판사인 엘렉스상사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5년간 정말 열심히 일했다. 삼성전자·LG전자가 완전히 내수 시장을 장악한 한국을 업계에서는 외산 가전의 무덤이라고 부른다. 본사 기대에 못 미쳤을지 모르지만 백화점, 대형 양판점에 진출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 등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실적을 근거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데 어찌할 수가 없었다”라며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 사장은 이어 “예를 들어 전압을 바꾸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가 있는데, 본사에서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채 제품을 보내 우리가 직접 뜯어 고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정당한 보상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보상을 요구한 항의 서한을 보냈지만 오히려 본사로부터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법률적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의 답신을 받았다. 정식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서한을 보낸 뒤에는, 다이슨 본사가 법률 대리인으로 내세운 국내 최고의 로펌으로부터 일체의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서한을 작성한 이종수 P&P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김 사장이 작성한 계약서는 권리없이 의무 일색이라 계약서를 근거로 소송을 진행하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역공이 가능하다”며 “영미법에 따르면 한쪽이 현저하게 불이익을 감수하는 계약은 무효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현재 소송의 진행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다이슨은 새로 선정한 총판과 함께 지난 달부터 신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새로 선정된 총판 업체 관계자도 “우리 계약 내용에도 실적이 안 좋으면 일정 기간 경고를 하고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다이슨이 요구한 이런 조건은 전 세계가 동일하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차윤주기자 cha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