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부품이 없습니다.”
일본 스즈카시에 있는 후지 제록스 ‘D1’ 생산 공장. D1은 10여 개 빌딩 가운데 가장 외부 방문이 잦은 곳이다. 2개 층으로 구분돼 있는 D1 빌딩을 주목하는 데는 ‘특별한’ 배경이 있다. 사실 이곳은 언뜻 보면 다른 공장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확실히 다른 점 하나를 찾을 수 있다. 다른 공장은 각 부품을 조립해 완제품을 만들지만 여기에서는 반대로 완제품을 낱낱이 해체한다. ‘퇴물’ 디지털 복합기가 이곳을 거치면 수백 개 부품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바로 후지 제록스가 자랑하는 최첨단 ‘재활용(에코) 시스템’ 때문이다. 요시히로 사사키 부장은 “전체 복합기 부품 중에서 60%를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완전 분해해 새로운 자원으로 재탄생한다”라고 말했다.
스즈카 공장에서 디지털 복합기가 형체도 없이 해체되는 데는 불과 30분 남짓이다. 이미 폐기 처분된 제품이 공장으로 입고돼 라인을 관리하는 전문 엔지니어 손을 거치면 수백 개 부품으로 조각 조각 흩어진다. 후지 제록스는 부품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부품을 모두 표준화했으며 자동으로 분류하는 생산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재활용 부품이 신품 못지않게 품질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해 품질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퇴물에서 분류한 부품은 다시 일반 조립 라인으로 보내져 ‘신품’ 디지털 복합기를 만드는데 재활용된다. 스즈카 공장에서는 최종 완제품 전에 반드시 리싸이클링 라인을 거치도록 설계했다. 결국 이 공장에서 만드는 모든 디지털 복합기는 재활용 부품을 탑재하고 있는 셈이다. 부품 재활용률은 일본 공장 기준으로 무려 99.99%에 달한다. 아시아 전체로도 99.3%까지 올라갔다. 생산 라인을 책임지고 있는 노부로 사이토 본부장은 “지난 93년 스즈카 공장은 친환경 시스템으로 새롭게 설계했다”며 “1세대 제품에 탑재한 부품이 3세대 제품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있도록 일관된 생산 프로세스를 구축했다”라고 말했다.
스즈카 후지 제록스 공장의 친환경 경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 전 세계 후지 제록스 생산 공장에 접목 중이다. 지난 2004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9개 지역에서 수집한 폐사무기기와 카트리지를 완전 해체하고 분해해 재활용할 수 있는 에코 제조 공장을 태국에 설립했다. 올해 1월에는 중국 소주에 중국 내 총괄 리싸이클 시스템 거점을 구축했다. 이 결과 후지 제록스는 지난해 2만5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감하는 효과를 올렸다.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주는 ‘친환경 대상’도 수상했다.
후지 제록스의 에코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세 가지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 폐기물이 전혀 없으며(Zero Landfill), 오염을 막고(No Pollution), 불법 유해 물질을 취급하지 않는다(Zero Illegal Disposal)는 것이다. 요시히로 사사키 부장은 “친환경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후지 제록스는 경제적 가치 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위해 뛰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즈카(일본) =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