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마이크론` 첫걸음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이 주총에서 합병을 승인받다. 삼성전기에 버금가는 종합 부품회사이자 그룹내 주력 계열사로 부상하기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 그러나 현재 금융 위기에 따른 주식시장 침체로 적지 않은 합병 비용을 감수해야 할 처지여서 합병에 따른 진통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합병 비용이 클 경우 내년도 설비 투자 등 사업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어려운 결정=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은 지난 1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약속대로 오는 12월 31일 합병을 승인했다.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은 각각 1대 0.73의 주식 교환 비율로 합병한다. 합병을 본격 준비했던 올초만 해도 갑작스런 금융 위기를 예상치 못했던 탓에 이번 합병 결정은 막판까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8월 처음 합병을 공식 선언한뒤 시장의 신뢰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앞섰던 것으로 풀이된다. 합병 주체인 LG이노텍은 “합병을 통해 조기에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가치를 제고해 지속적인 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종합 부품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병 비용 얼마나=증권가에 따르면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의 합병 비용은 많게는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주식매수 청구권 가격은 LG이노텍이 4만8938원, LG마이크론이 3만6267원이다. 지난 14일 현재 양사의 주가 수준은 각각 4만305원, 2만6750원이다. LG전자 등 그룹내 대주주 지분이 많은 LG이노텍의 경우 지난 14일 현재 주가 수준을 감안하면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에 따른 비용은 400억 원 정도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을 비롯해 외부 주주들이 많은 LG마이크론은 사정이 다르다.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기일인 다음달 4일을 기해 주식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LG마이크론의 합병 비용만 1500억원을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현식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남은 것은 12월초 주가가 주식매수 청구권 가격에 얼마나 수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합병 후유증 극복해야=일각에서는 과다한 합병 비용탓에 일정을 연기할 가능성도 점쳤으나 일단 밀어부치는 쪽으로 결론났다. 문제는 합병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다. LG이노텍이 지난달 200억원의 단기 차입금을 빌린 것도 결국 합병을 염두에 둔 유동성 관리 차원이다. LG이노텍이나 LG마이크론이 자체 신용도로 2000억원 정도의 추가 단기 차입은 가능하지만, 내년도 설비 투자에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합병후 탄생하는 통합 회사는 내년부터 발광다이오드(LED)·인쇄회로기판(PCB) 등 주력 사업에서 본 게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솔금융시장이 계속 악화되면 합병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소요되는 합병 비용에 따라 내년도 설비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합병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더라도 당장 내년도 사업을 제대로 꾸려야 하는 짐이 남아있는 셈이다.

서한·안석현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