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신흥경제국 입김 세졌다

 15일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경제국, 미국,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EU가 향후 국제금융질서 재편과정에서의 헤게모니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무역규모 세계 10위, 외환보유액 세계 6위, 국내총생산(GDP) 13위의 국가 위상에 걸맞게 새로운 국제금융기구 재편에 우리나라 등 신흥경제국의 주도적 참여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국제무대에서 신흥경제국의 어려움을 적극 대변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신흥경제국 간 국제금융 이슈의 조정자로서의 위상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 금융질서 재편 역할론 강조=15일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무역 및 투자와 관련한 새로운 장벽을 만들지 않는다는 ‘동결(Stand-Still) 선언’에 동참해 달라”고 참가국 정상들에게 제안했다. 나아가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인해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할 우려가 있으며 신흥경제국이 이에 따른 피해를 더 많이 보게 된다”며 세계 경제 금융위기를 틈타 미국 등 경제 선진국들이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경계했다. 세계 금융질서 개혁과정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경제국의 이해기반을 반영하며, 동시에 국제 무대에서 ‘글로벌 경제대통령’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주요 선진국들이 통화스와프를 신흥경제국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의 기능 강화를 위해 “외화유동성을 필요로 하는 신흥경제국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IMF의 재원을 확충해야 한다”며 신흥경제국의 세력결집을 호소했다.

◇미국과 EU 시각차=미국은 이번 G20정상회의에 대해 ‘금융개혁을 향한 출발선’이라고 선을 그은 반면, EU는 새로운 국제금융질서 구축 등에 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및 감독 기능 부실이 초래한 원인이지만, ‘현재의 위기대응조치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면서, 정부 및 초국가적인 과도한 금융규제에 반대하고 IMF와 세계은행의 재편 대신 ‘기능을 강화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EU는 이미 미국 중심의 금융질서는 붕괴됐으며, ‘개혁이 전방위적으로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EU순회의장인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브레튼우즈 체제의 산물인 IMF를 개혁하고 글로벌 금융감독체제 구축을 모색하는 등 ‘신 브레튼 우즈 체제 마련’을 주장했다. EU는 이미 미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국제신용평가기관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은행의 높은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를 제한하고 국제투기자본과 조세피난처로 이용되는 국가를 규제하는 내용의 요구사항을 마련해둔 상황이다.

◇신흥경제국, 실리 챙기기=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경제국은 미국과 EU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 대통령의 행보는 다소 미국 측에 기울어 있다. 유럽 일부 국가들과 러시아 등이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체제에 반기를 들며 국제통화의 다양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지만, 이 대통령은 현재의 금융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수출 대상국인 미국의 입장을 옹호했다. 중국, 브라질, 인도 등도 ‘국가 간 자본 이동에 대한 감시와 함께 세계금융질서를 주도했던 선진국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면서도, ‘IMF와 세계은행 개편 대신 이들 기관의 개도국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며 미국 측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김상룡기자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