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내년 상반기 60달러대"

  한때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40달러대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가 급등하기는 힘들다고 보고 내년 상반기까지 60달러대를 적정 수준으로 전망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이 4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3년 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급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배럴당 140달러로 최고치에 달했던 지난 7월과 비교하면 무려 90달러 정도가 하락한 것이다. 그동안 한국경제가 고유가에다 고환율까지 겹쳐 물가압력 등을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해 볼때 국제유가 하락은 다소 한숨을 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 이유는 수요 급감에 있다. 최대 석유 소비국 미국 수요가 5년 이래 최저로 줄고 고도성장을 하던 아시아의 석유 소비도 대폭 줄었다. 세계의 평균 석유 소비량이 감소한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다.

국제유가는 미국 증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하락하면 유가가 급락하고 증시가 상승하면 동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향후 경기 상황이 유가 수요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재 40달러선은 지나치게 저평가된 가격이라고 지적한다. 채현기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경기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이 겹쳐지면서 과도하게 추락한 면이 있다”며 “증시가 빠지는 것 이상으로 유가가 떨어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의 ‘적정 유가는 70∼80달러대’로 전망했다. 단 내년 상반기까지는 특별히 수요가 늘어날 요인이 없고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지 않아 60달러선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석유수요 감소가 예상된다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내년 평균 가격을 배럴당 63.50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EIA가 지난달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망한 내년 WTI 평균 가격인 배럴당 112.0달러보다 무려 44% 낮은 것이며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7월에 내놓은 내년 WTI 평균 가격 전망치인 배럴당 132.75달러에 비해서는 53% 하향조정된 것이다.

투자은행인 BNP파리바도 지난 14일 내년 WTI 전망치를 배럴당 75달러로 제시해 지난달 10일 발표한 전망치보다 21% 하향조정했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오는 29일 카이로에서 회담을 갖고 유가 하락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소폭의 감산을 결의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어 유가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전망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