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은 살아있다](5)시카고과학산업박물관

[과학관은 살아있다](5)시카고과학산업박물관

‘어린이의 과학·기술·의학·엔지니어링 잠재력을 일깨워라.’

올해로 설립 75주년째를 맞는 시카고과학산업박물관 비전이다.

대외용 비전이 아니다. 박물관은 수십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어린이들이 과학·기술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 프로그램을 기획해 제공한다. 그래서 학기 중에도 어린이들로 북적인다. IT·과학 등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박물관을 수시로 찾아 실험을 하고 있다.

◇박물관은 ‘교육기관’=비전에서 알 수 있듯이 박물관은 어린이 과학교육에 노력을 쏟는다. 어떤 과학적 사실을 단순히 보고 느끼는 수준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물관은 전시장이라기보다 실험장이다. 베스 보스턴 박물관 홍보실 매니저는 “어린이의 과학과 기술을 향한 관심을 북돋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험이 중요하다는 것이 우리 박물관의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에서 1년에 운영 중인 연구교육 프로그램은 300건이 넘는다. 이 프로그램에 연중 참여 학생 수도 8000여명에 이른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방과후 과학수업(After school science club)’. 지역 36개 학교와 손잡고 진행하는 것으로 5000여명의 학생에게 과학적 연구와 생각을 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한다. 현장을 찾은 로리 킴(16)은 “과학현상에 관심이 많지 않았으나 실험을 하다 보니 궁금증이 더 생겨났다”며 “보는 것과 실험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교사들도 연구를 한다. 과학 교사 그리고 과학에 관심 있는 교사들은 이곳에서 최근 과학이론을 연구하고 배운 뒤, 이를 학교에서 활용한다. 학생과 교사 모두를 양성하는 과학교육 거점인 셈이다.

◇투자는 계속된다=아메리칸패밀리보험·백스터·컴애드(ComEd)·도미닉스·혼다·모토로라·피플가스·팹시코. 박물관이 올해 75주년 행사를 위해 손잡은 스폰서들이다. 박물관은 2억달러 이상의 발전기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같이 현지 메이저업체와 스폰서 계약을 했다. 새로운 시설과 과학교육을 위한 투자 재원이 여기서 나온다.

물론 입장료도 받고 있다. 하루 입장료가 어른은 13달러(약 1만5000원), 어린이는 9달러다. 이것으로 박물관 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3D극장·잠수함·모형비행테스트 등 적지않은 전시물을 관람하기 위해 매번 5∼10달러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대해 박물관 측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계속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보스턴 매니저는 “우리는 역사박물관이 아니다”며 “지속적으로 전시물을 업데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비용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투자 결과는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75주년을 맞아 구축한 ‘스마트홈’이다. ‘시카고에서 가장 친환경(greenest)적인 집’으로 명명한 3층 건물이다. 박물관 내 정원에 있다. 10달러를 내야 입장이 가능하며, 전기부터 난방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력이 태양열과 빗물 그리고 재활용 쓰레기 등을 통해 공급되는 집이다. 박물관 측에서는 내년에는 이보다 진화한 2단계 버전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원봉사자가 직접 뛴다=1년에 박물관을 찾는 사람은 150만명이고, 이 중 학생은 25만명에 이른다. 연구중심 박물관이 이들 모두를 교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 박물관은 자원봉사자를 적극 활용한다. 75년이라는 시카고과학산업 박물관의 역사는 자원봉사자들을 자연스레 불러모은다. 바로 자원봉사자가 그 과학관에서 체험하고, 느끼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을 자주 찾던 지역 주민이나, 과학 분야나 교육계 종사자들이 은퇴 후 자원봉사자로 나서고 있다.

 자원봉사자 수는 수시로 변한다. 박물관 측에서는 대략 400명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주 1회에서 잦게는 3∼4회 박물관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이들에게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별도 급여도 없으며 단지 박물관 시설 이용 시 직원 수준 대우를 받고 있다.

◇시카고과학산업박물관은

‘한 사람의 자선사업가가 만든 세계적 박물관!’

그 한 사람이 바로 미국의 대표적 유통체인인 시어스로벅(Sears Roebuck & Co) 의장 출신인 줄리어스 로젠왈드다. 그는 1911년 아들과 함께 독일 뮌헨 도이체박물관을 방문한 후 미국에 세계적 규모의 박물관을 세우겠다고 결심했다. 그의 아들이 박물관에서 흥미를 보이자, 바로 이런 결단을 내렸다. 그는 1893년 미술관으로 사용됐던 건물을 수리해 1933년, 꿈에 그리던 박물관을 개관했다. 로젠왈드 의장은 특히 아들의 사례에 비춰 시카고과학산업박물관은 관람객들이 실제로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상호작용(Interactive)요소를 강조했다. 이 때문에 시카고과학산업박물관은 북미 최초 인터랙티브 박물관이 됐다.

 이곳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포획된 독일 U-505 잠수함이 전시돼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잠수함 투어 프로그램이 있으며 당시 군인들이 어떻게 하루를 보냈으며 또 비상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보잉 747 실물크기 모형도 전시돼 있으며 은퇴한 파일럿이 내부에서 항해법 등을 상세히 소개한다.

 박물관은 입구 홀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들어간다. 중앙홀을 중심으로 박물관은 4각 형태로 전시관이 구성돼 있다. 원하는 전시관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각 층을 오가는 계단과 홀이 네 가지 색(파랑·빨강·노랑·초록)으로 구별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1층에는 돔 형태로 5층 규모의 3D극장이 있다. 또 키즈클럽처럼 어린이들이 물·공기 등을 이용해 놀면서 과학을 접할 수 있는 ‘아이디어 팩터리’도 마련돼 있다. 과거에는 서커스를 보면서 어린이들이 상상력을 키웠다는 점을 강조한 서커스관, 과거 도시의 주요 건물과 시설도 모형으로 전시돼 있다.

 시카고과학산업박물관은 최근 시카고 7대 볼거리(시카고트리뷴지 2005년), 미국 주요 박물관(어린이를 위한 세계연감 2005년), 미국 50대 가족이 함께 갈 만한 곳(자갓 서베이 2004년), 최고평점 박물관(미국 가족여행가이드 2004년), 세계 15대 박물관(라이프잡지 밀레니엄판) 등에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