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증시가 막바지를 치달으면서 증권사들이 내년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신뢰하기에는 지난해 말 제시한 2008년 증시전망이 너무 터무니없다는 지적이다. 주식투자자는 증시전문가의 말을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난감할 뿐이다.
17일 FN가이드에 따르면 올초 주가를 전망한 곳 가운데 코스피지수가 1000 이하로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많은 증시전문가들은 연초만해도 올해 증시가 상승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중 조정을 거쳐 하반기부터는 뚜렷한 오름세를 재개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비관론이 적중한 2008 증시=우리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지수 고점을 2450으로 예측했다. 한국과 세계경제의 팽창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상승 전망의 근거로 꼽았다. 우리투자증권은 당초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며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6년 연속 4%대를 달성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1900선을 넘지 못했고 최저점으로 이미 900선이 깨지기도 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 4%대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간 얘기다.
지난해까지 펀드 열풍을 일으키며 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한 미래에셋증권도 예외는 아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초 코스피지수가 최고 225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중국 등 신흥경제권의 급성장으로 전 세계 기업이익이 급증해 선진국 경기둔화를 이겨내고 주가는 장기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교보증권은 글로벌 유동성 확장이 끝나가고 있어 4년 넘게 지속된 자산가격 상승도 마무리 국면이라며 올해 코스피지수는 1분기 고점을 찍은 뒤 1500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이투자증권으로 옮긴 이종우 센터장의 비관적인 증시전망이 적중한 것이다.
NH투자증권도 올해 기업이익이 둔화될 전망이고 당분간 변동성이 큰 조정장세가 불가피하다며 상반기는 보유주식 처분에 집중할 시기라고 조언한 바 있다.
◇2009년 ‘상저하고’ 전망 우세=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등 낙관적인 증시전망을 내놓던 증권사들은 국내 증시가 저평가됐으니 주식을 매수하라는 강한 어조가 쏙 들어갔다.
그만큼 경기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내년 경기 전망과 증시를 예측하는 어조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 증시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현대증권은 “내년 한국경제는 신용카드 버블이 터진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3.3% 성장에 그치는 극심한 경기침체 국면을 전개할 전망”이라며 “글로벌 경제가 금융불안과 경기침체 심화라는 양날의 칼에 직면한 데다 내수위축과 수출경기 침체까지 가세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증권도 내년 증시에 대해 자산저평가 시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다 하반기 상승추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도 927∼1717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증권사별 2008년 증시 전망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