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기금` 청와대가 직접 중재

 부처 간 힘 겨루기 양상으로 번진 ‘정보통신진흥기금(이하 정통기금)’ 논란을 두고 청와대가 직접 중재에 나섰다.

 17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청와대 경제수석실 산하 국책과제비서관실은 지식경제부·방송통신위원회 양 당사자는 물론이고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등 정통기금 조성 및 운용에 관련된 중앙 부처 국장급을 소집해 각 부처 의견을 조율했다.

 국정 최고사령탑인 청와대까지 정통기금 문제에 관여한 것은 이 사안이 지경부와 방통위 간 논쟁 범위를 넘어 최근 재정부가 일반회계 편입 등 기금폐지 의견까지 제시하면서 3∼5개 중앙부처 공통의 문제로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본지 11월 17일자 3면 참조

 논란의 핵심은 △정부조직개편법에 명시된 기금 운용권 조항을 10개월도 안 돼 고치려는 근거와 이유 △기금 조성처(통신사업자)와 사용처(IT R&D투자)가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 △향후 주파수 재분배 시행에 따라 새로 조성되는 기금의 편입 여부 △기금 자체의 일반회계 편입 문제 등이다.

 최근 방통위가 정통기금과 별개로 독자적인 방송통신발전기금(방통기금) 신설을 추진하는 것과 맞물려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방통위는 방송통신발전에 관한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주파수 경매로 나올 재원을 방통기금의 재원으로 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해 당사자인 지경부와 방통위는 정면으로 맞서 한 치 양보 없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일단, 법적으로 권한을 보장받은 지경부 측은 “새로운 서비스를 열어 줌으로써, 정보통신 산업과 시장을 넓혀가야 할 방통위가 기금 문제에 매달리는 것은 국가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또 IT가 국가 수출산업의 중요한 부문을 맡은 상황에서 이를 장기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써야 할 기금을 일반회계로 편입시키겠다는 재정부의 주장도 국가 경제에 도움을 못 준다”고 말했다.

 방통위 측은 “기금을 조성하는 곳과 기금을 쓰는 곳이 일원화되지 못해 발생하는 정책적 비효율성을 손질하려는 것”이라며 “이전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면 새 정부조직 출범 후에라도 고치는 것이 옳다”고 맞받았다.

 이날 논의는 청와대가 어떤 해결점을 제시하는 수준보다 서로의 의견을 취합하는 정도여서 실질적인 합의는 이끌어 내지 못했다. 한 참석자는 “쉽게 합일점을 찾기 어려운 문제로 지난한 논리 싸움을 벌여야 할 일”이라며 쉽지 않은 행로를 예고했다.

  이진호기자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