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의 국내외 사업장을 합쳐 연간 10조원에 육박하는 LCD 백라이트유닛(BLU) 시장이 양사 모두 ‘투톱’ 체제로 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빅3 BLU 협력사 가운데 하나인 태산엘시디가 올해 들어 막대한 ‘키코’ 손실로 경영난에 봉착하면서 한솔LCD·디에스엘시디 등 두 개 협력사에 힘이 쏠렸다. LG디스플레이는 과거 그룹 한 식구였던 희성전자와 더불어 올해 들어 뉴옵틱스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하면서 두 협력사 위주로 BLU 조달 시장이 재편되는 양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의 LCD BLU 공급사 구도는 최근 두 회사 모두 각각 2개 전략적 협력사들 위주로 바뀌는 추세다. LCD 모듈 가격이 급락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 대규모 판가 인하 압력을 견디고 물량 공세에 나설 수 있는 BLU 업체들만 살아남는 셈이다. LCD 패널 업체들도 대형 협력사에서 전략적 구매를 단행함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빅3 BLU 협력사 가운데 하나였던 태산엘시디가 올해 들어 엄청난 키코 손실로 어려움에 처하면서 한솔LCD·디에스엘시디 등 두 개 협력사 중심으로 BLU 공급처가 재편될 조짐이다. 태산엘시디는 3분기 말 현재 키코 손실 규모만 6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3분기 말 누적 매출 5720억원에, 지난해 연간 전체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208억원의 이익을 올리고도 당기손실 규모는 거의 7000억원에 육박했다. 반면에 한솔LCD는 지난 3분기 누적 7500억여원의 매출액과 181억여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3분기 누적 실적이 지난해 전체 매출액을 넘어서는가 하면, 영업이익은 거의 배 수준에 달했다. 디에스엘시디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연간 전체 실적의 6배를 추월했지만 600억원 가까운 키코 손실 탓에 빛이 바랬다.
LG디스플레이의 BLU 협력사 구도도 마찬가지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6월 뉴옵틱스에 37%가량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면서 전통적인 강자였던 희성전자와 함께 전략적 협력사로 크게 떠올랐다. 뉴옵틱스는 희성전자와 파주 LCD 단지의 공급 물량을 양분하는 한편, 중국 광저우 LCD 모듈 공장은 거의 독식하다시피했다. 반면에 군소 협력사 구도를 형성했던 엘앤에프·레이젠·원우정밀 등은 차츰 LG디스플레이의 협력사 진영에서 밀려나는 형국이다. 엘앤에프는 과거 BLU 중심의 사업구조를 신규 사업인 2차전지 양극활 물질로 전환하면서 2년 만인 지난 3분기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3분기 누적 매출 513억원으로 지난해 매출 760억원을 달성하기에는 벅차 보인다. 레이젠도 지난 3분기에는 매출액이 오히려 전 분기에 비해 5% 이상 감소한 240억여원에 그쳤다. 한 중소 BLU 업체의 대표는 “최근 LCD 시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국내외 사업장을 막론하고 대형 BLU 협력사들의 쏠림 현상은 더 심화되는 모습”이라며 “결국 물량 감소와 이윤 압박에 시달리다 보면 조만간 국내 BLU 업계의 판도도 양강 위주로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