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제위기가 한창인 1998년 추운 겨울에 창업했음에도 시장이 꽁꽁 얼어 붙었다는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몰랐는데, 창업 10년만인 올해 그 의미를 제대로 통감하고 있습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초에 정한 목표 매출에 도달하지 못하고 적자를 보는 해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올해 10주년을 맞아 우리는 솔리데오만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쇄빙선’ 삼아 눈앞에 놓인 빙하를 가르며, 대양을 향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12월 창사 10주년을 맞는 솔리데오시스템즈는 행정 정보화 분야에서 업계 모두가 인정하는 최강의 시스템통합업체다. 김숙희 사장(52) 자신도 이를 부인하지 않을 만큼 자신감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공공분야에서만 본다면 2004년 이후 이른바 대기업 빅3에 이은 4위 자리를 줄 곧 유지해 왔다. 특히 건축행정정보화 분야는 해당부처 공무원들조차 대기업도 넘보기 어려울 정도의 노하우와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거리낌없이 내릴 정도다.
“기술력과 전문성, 그리고 정신력에서는 정말 자신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실 새로운 10년의 첫 해인 내년 시장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IMF라는 전쟁터에서 태어났지만 솔리데오는 이익보다는 품질을 더 중시하는 모습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었고, ‘물망초심(勿忘初心)’을 좌우명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공공 정보화시장에 불고 있는 혹한은 IMF시절보다 더 매섭고, 경쟁 또한 치열해지면서 수주를 해도 최소한의 이익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솔리데오시스템즈는 국토해양부의 ‘세움터(건축부문)’, 행정안전부의 ‘시군구 행정고도화사업(일반행정부문)’, 식약청의 ‘식의약품 종합정보서비스(식의약품부문)’ 등 우리나라 전자정부 사업에서 중소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전문기술과 특허를 앞세워 대기업과 함께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 전자정부 국가표준시스템 구축시 유일하게 중소기업 자력으로 주 사업자를 수행하기도 했다. 건축행정분야에서는 사실상 전세계에 없는 시스템을 개발해 국가 표준을 주도하면서 시장을 창출해 왔다. 이 과정에서 축적한 고객들의 신뢰와 사업의 전문성, 특허·기술, 기업브랜드 가치 및 인지도 등은 혹한기를 뚫고 나가야 할 솔리데오에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정말 사업을 철딱서니 없이 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법인세가 뭔지 자본금이 뭔지도 모르면서 사업을 시작했고, 그냥 실력을 갖추고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영업력을 키우는 것은 등안시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익에 급급하지 않았던 행보가 전문성이라는 경쟁력을 갖게 해줬고, 파트너와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토양이 되면서 솔리데오의 포지셔닝에 큰 강점으로 돌아왔습니다. 기술과 신뢰가 이제 솔리데오를 글로벌기업으로 이끌어 주고 있으니까요.”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