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양 야후 공동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 복귀한 지 18개월 만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무리하게 호가만 높이다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인수 협상을 무력화시킨 책임을 지고 퇴진한 것이다.
지난 2007년 6월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CEO로 복귀한 제리 양에겐 두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모두 놓치는 실책을 했다. 2월에 있었던 MS의 인수 제안의 경우 MS가 2월 주당 31달러, 총 425억 달러에 야후를 인수하겠다고 제시했다. 31달러는 당시 야후 주가보다 62%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었다. 그러나 제리 양은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MS는 5월 다시 협상을 시작했다. 이번엔 가격을 올려 주당 33달러, 총 475억 달러를 제안했다. 제리 양은 또 거절했다. 게다가 MS를 버리고 MS의 라이벌인 구글과 온라인 광고 사업을 제휴하겠다고 했다. 가뜩이나 불편한 MS의 심기에 불을 지른 것이다. 그러나 구글과의 사업 제휴는 독과점 논란 문제에 부딪혀 결렬됐고 그 사이 MS는 “다시는 야후 인수에 매달리지 않겠다”며 등을 돌렸다.
야후를 ‘사면초과’로 이끈 제리 양이 사퇴를 선언하자 시장은 환영했다. 롭 앤덜 IT 전문 애널리스트는 “주주들은 새로운 횃불을 들고 갈 사람을 찾을 준비가 돼 있다”며 “그가 창업자가 아니었다면 이미 수 개월 전에 사퇴하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말했다. 야후의 주가도 소식이 전해진 17일(현지시각) 4% 올라 이 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이제 관건은 누가 야후의 새로운 주인이 되느냐이다. 야후는 피 인수합병을 이끌 새로운 CEO를 물색하고 있다. 현재 일각에선 마이크로소프트사(MS)와의 합병 논의가 다시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과 함께 아메리칸온라인(AOL)의 합병도 거론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야후와 AOL이 합병을 위한 사전 절차로 ‘유효한(meaningful)’ 실사작업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리 양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나는 앞으로 국제적인 전략에 집중할 것이며 야후를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리 양은 CEO 사임 후에도 이사직을 유지할 계획이다.
◇제리 양(40)=1994년 스탠퍼드대학교 박사과정 중 데이비드 파일로와 함께 인터넷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이 세계 최초의 검색 엔진인 야후다. 야후가 네티즌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1995년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야후를 설립했다. 이후 야후는 해외 진출을 통해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1968년 타이완에서 태어난 제리 양은 10세 때 미국으로 이민한 화교 1.5세대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