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이 쏟아진 토론회였지만 인터넷 실명제에서만은 첨예한 논쟁이 이뤄졌다. 인터넷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 위축과 효과의 실효성 등을 들어 반대하는 의견과 공적인 공간이므로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수준이 실명이라는 주장이 대립됐다. 그러나 사이버모욕죄는 토론자 대부분이 반대하는 의견을 나타냈다.
실명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토론자는 이재교 인하대 교수. 이 교수는 최근 기부를 많이 한 연예인인 문근영씨는 물론이고 죽은 사람에게까지 악플이 달리는 상황은 비정상적이라며 인터넷 실명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30만명 이상 인터넷 사이트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한적 본인 확인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악플의 문제는 익명성을 무기로 한 가학성이 넘친다는 것”이라며 “사이버상 폭력은 더욱 심각해 인터넷 공간이 쓰레기로 넘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기 책임을 실현하려면 사이버상에도 이름을 걸고 토론을 해야 하며 이름을 쓴다고 해서 꼭 익명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한창민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실명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실명제 현황과 구조로 볼 때 문제를 가장 많이 유발한 소수는 명의도용 등으로 비켜가고 다수는 선의의 피해자가 되는 등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반박했다. 특히 “현재 30만명이 넘는 사이트에 실명제를 하고 있지만 이것이 10만, 5만 등 이런 식으로 대상을 늘려가면 중소업체들은 그 부담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헌영 광운대 교수도 “굳이 실명제가 아니어도 현재 인터넷상의 범죄행위는 사실상 대부분 추적이 가능하다”며 “추적가능성이 높은 인터넷에서 굳이 실명제를 통해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을 높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참석자 대부분은 사이버모욕죄 신설에 반대했다. 이택 전자신문 논설위원은 “지극히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모욕이라는 개념을 비친고죄로 제3자가 고소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상직 변호사는 “온라인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 있고 많은 벌칙 조항도 있지만 일반 형법상의 불법 행위를 온라인상이라고 가중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라며 “이런 점에서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