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IT, IT서비스에 길이 있다](4) 공공서비스, IT로 확 바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민신민고 민원접수 및 행정정보 공통이용 현황

10년 전 여권을 발급받았다가 유효기간이 만료돼 여권을 갱신해야 하는 회사원 김모씨(37)는 요즘 걱정이 많다. 예전 여권 발급 경험이 끔찍했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여권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구청, 병무청, 출입국관리사무소, 동 자치센터 등에서 주민등록등(초)본, 병적증명서, 출입국사실증명서 등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여권 발급기관도 강남발급소 등 3, 4곳에 불과해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지금은 여권용 사진과 신분증을 지참해 가까운 구청 또는 시청을 방문, 간단한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는 소식에 한숨을 덜었다. 이렇게 간편해진 이유는 정부에 ‘e하나로민원’이라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LG CNS가 구축한 e하나로민원 서비스는 행정·공공·금융기관들이 주민등록등(초)본, 법원등기부등본 등의 구비서류를 정보시스템으로 조회·확인하게 함으로써 국민이 일일이 구비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는 서비스다.

 e하나로민원 서비스는 지난 2002년 11월 오픈했고 지난 10월 본 서비스를 확대하는 시스템을 개통하며 정부 기관들이 공동이용하는 구비서류의 종류를 기존의 42종에서 71종으로 대폭 늘렸다.

 e하나로민원 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국민이 민원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관공서를 방문하고 대기하는 시간과 교통비 등의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행정안전부는 작년 한 해 동안 e하나로민원 서비스를 활용, 약 2800만건의 구비서류가 감축돼 1000억원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사회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국가와 국가 간, 지역과 지역 간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세계는 동시 생활권이 됐다. 수도권에는 사람이 더욱 몰리고 국민은 정부에 더 많은 행정서비스를 기대한다. 국가는 행정서비스에 국민의 참여를 독려한다. 만약 30년 전의 정부가 일하는 방식을 현재에도 적용하고 있다면 국가는 거의 마비됐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국민의정부부터 전자정부 11대 과제를 선정하고 강력하게 전자정부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참여정부에는 국정과제로 전자정부 사업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고 뛰어난 전자정부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SDS가 조달청과 함께 진행한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www.g2b.go.kr, 2002.10)도 자랑거리다. 이곳을 거치면 모든 공공기관의 발주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입찰 참여부터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에는 입찰공고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신문, 인터넷 사이트 검색, 기관별 입찰참가자격 등록에 따른 불편, 복잡한 절차, 여러 가지 서류의 반복 제출, 정보 미공개, 잦은 대면 접촉 등이 통과의례였으나 이제는 그런 불편함을 감내하지 않아도 된다.

 조달청은 그 성과로 지난 2003년 UN 공공서비스상 수상, 그 다음해 UN선정 전자조달 분야 세계 대표모델, 2006년에는 세계정보기술올림픽(WCIT 2006)에서 세계 전 공공기관 대상 IT 활용 공공서비스 혁신 최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조달청은 나라장터를 베트남에 수출하기로 합의하고 중남미까지도 수출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수만 조달청장은 “나라장터가 전자조달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평가되고 있는만큼 활발한 해외 활동을 거쳐 국가위상 제고는 물론이고 국내 IT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 직접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SK C&C가 구축하고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용 중인 국민신문고(www.epeople.go.kr) 시스템은 최근 유럽위원회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e챌린지 2008 콘퍼런스’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국민신문고는 고충민원 제안 및 국민참여 업무의 통합으로 국민의 국정참여를 위한 접근성을 높여 보다 효율적인 여론 수렴을 위해 마련한 범국민 차원의 온라인 단일창구다. 지난 2006년, 전 중앙행정기관의 국민참여 관련시스템의 통합으로 탄생한 국민신문고는 민원의 효과적인 통계 및 분석으로 국민의 고충을 발굴해 이를 제도 개선으로 확대 반영하는 민원 분석 기능도 갖추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확대 적용돼 조선시대 신문고와 같은 민원 제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IT 서비스는 이렇게 정부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만은 아니다.

 IT 서울시교통카드시스템, 각 도로에 설치된 하이패스 시스템 등은 실질적으로 국민의 삶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는 지휘통제체계(C4I)가 IT를 이용해 구축된다. 가상전쟁연습(시뮬레이션)도 IT를 활용한다.

 안문석 한국전자정부포럼 공동수석대표(고려대 교수)는 “전자정부는 공기와 같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정부가 생존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는 정부와 IT서비스 업계가 함께 일궈낸 미래의 큰 자산인 셈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