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만으론 기업의 경영 상태를 정확히 나타낼 수 없습니다.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한 도전들을 경영 활동에 적절히 반영해야 합니다.”
‘2008 대한민국 지속가능성 대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언스트 리터링겐 GRI 회장은 19일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성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경영이 기업 성공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환경·윤리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기업에도 지속가능경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을 “비즈니스 전략과 기업의 책임이 마주치는 양방향 도로”라고 표현했다.
리테링겐 회장은 “과거엔 유형의 자산이 기업 자산의 70∼8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신뢰·지식·브랜드·네트워크 등 무형 자산의 중요성이 절대적”이라며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이런 자산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라고 말했다. 연비가 낮은 ‘허머’ 자동차 생산을 고수하던 GM이 최근 구제금융 위기에 몰리고 소형차에 강점을 지닌 피아트의 평가가 좋아지고 있는 것은 지속가능경영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그는 설명했다.
리테링겐 회장은 “지속가능 경영은 과거에 경험하지 않은 변화에 대한 도전”이라며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리라 기대됐던 바이오 연료가 식량 문제의 원인이 되는 등 지속가능성의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역할을 강조한다. “기업은 엄청난 혁신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회 복지의 기관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계 100대 경제 주체의 절반 이상이 국가가 아니라 기업일 정도로 기업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기업들이 환경·에너지·자원 등의 문제에 대해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세계적 중요성을 지닌 사항이라는 설명이다.
지속가능경영의 확산을 위해 GRI와 OECD, 국제표준기구(ISO), 세계 주요 기업 및 시민사회단체 등은 국제적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리터링겐 회장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옥스팸, 국제적십자연맹 등 세계 각지의 비정부기구와 국제기구들에서 일했으며 2002년부터 GRI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GRI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의 국제표준을 만든 독립적 비영리 단체다. 1997년 유엔환경계획(UNEP)과 미국 NGO ‘환경에 책임을 지는 경제를 위한 연합’(CERES)이 중심이 돼 설립됐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