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한국과 미국 간에 3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통화 스와프가 체결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급속하게 안정국면에 접어들었다. 위태위태했던 외화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돼 외환 위기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도 급한 불은 껐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지 20일밖에 되지 않은 19일, 한국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는 또다시 한숨이 쏟아졌다. 이번에는 안도의 한숨이 아니라 속수무책의 한국경제를 우려하는 깊은 한숨이었다. 코스닥은 300선이 무너지고 코스피도 장중 한때 1000선이 붕괴됐으며 원달러 환율도 스와프 체결 이전으로 돌아가 달러당 1500선을 위협했다. 경제팀의 최고 성과라고 자화자찬했던 실적이 무색해진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통화 스와프가 20일짜리 약발이었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최근 금융 위기가 실물경기로 옮겨가면서 소비심리와 투자심리는 요즘 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고 있다. 향후 경기가 더욱 침체될 것이라는 불안이 소비자의 지갑을 닫게 만들고 이는 결국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 유동성이 넘치더라도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 어떠한 대책을 내놓아도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하는 최근의 경제상황인 듯하다. 이제 곧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소식은 상황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따라서 정부도 이제는 실물경기 악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단순히 은행에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할 것이 아니라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이유를 파악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 정부가 내놓아야 할 카드는 ‘네 탓’이라는 핑계 대신에 당장의 상처를 최소화하고 치료할 수 있는 처방전이다.
권상희기자<경제교육부>=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