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위치
니콜라스 카 지음, 임종기 옮김, 동아시아 펴냄.
5년 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게재된 글 ‘IT Doesn’t Matter’로 인해 IT업계가 발끈한 일이 있었다. 글의 내용은 IT가 이미 전기처럼 일상재로 변모했기 때문에 현재 기업들 사이에서 불붙고 있는 정보기술(IT) 투자는 무의미한 헛 짓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IT 기업인들과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은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는 이에 대해 ‘형편없는 글’이라 공격했고,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은 공개석상에서 “IT는 매우 중요하다”며 반론을 펴기도 했다. HP의 칼리 피오리나 역시 글의 내용을 성토했다.
한 개인이 자신의 생각을 전한 글이었다면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그 글의 필자가 대중의 주목을 끌고 있는 니콜라스 카라는 점에서 IT업계 종사자들은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카는 이후 써내는 글마다 관련 업계를 긴장시키고, 많은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50메가톤급 스마트폭탄’ ‘탁월한 대중선동가’ 등의 별명을 얻었다.
세계적 경영컨설턴트이자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글로벌 CEO 132인에 뽑히기도 한 니콜라스 카는 최근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는가’라는 글을 애틀랜틱에 발표해 다시금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다행히 이 책은 IT의 영향력과 효용성을 부정하는 내용이 아닌 앞으로 다가올 디지털 환경의 일대 변혁을 그렸다.
20세기 경제와 문화를 주조했던 전기의 발명에서부터 출발하는 이 책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경제와 사회의 구조, 인간의 삶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오는지를 드라마틱하게 서술하고 있다. 또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 필요한 윤리적 지침도 제시한다.
경제학, 사회학, 경영학, 역사학, 철학, 정치적 문제 등을 아우르는 저자의 식견이 속도감 있는 필치로 전개돼 지루함도 잊게 한다. 가트너가 선정한 2009년 10대 전략 기술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한 가상화시스템과 클라우드 컴퓨팅이 가져 올 경제구조와 사회, 문화, 일상적 삶의 변화를 탁월한 통찰력으로 그려냈다. 1만5000원.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