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예고됐다.
19일(현지시각) 한국시장 투자설명회를 위해 미국을 찾은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예전에 쓰던 낫과 망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은행은 보수적인 금융기관임에도 지난 수년간 리스크 관리를 등한시하고 지나친 외형 확장에만 치중했다”며 “새로운 짝짓기를 할 수도 있다”며 섬뜩한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일각에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전 위원장이 과거 외환위기 때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과 같은 ‘구조조정의 전도사’ 혹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변신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수 차례 은행들의 소극적인 중소기업 대출을 문제 삼으며 전 위원장에게 철저한 감독과 정책을 주문한 데 대한 ‘역할 자각’이라는 것.
은행권의 건설사 구조조정이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없고, 금융위원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위원장의 ‘짝짓기 발언’은 건전성 제고를 위한 은행들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주문한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 위원장이 “10.6%까지 떨어진 은행들의 BIS 비율이 연말쯤이면 11∼13%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지난 14일 “대부분 은행이 스스로 자본을 확충할 여력이 있어 정부가 직접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그에 상응하는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럴 시기가 아니며 지켜보겠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 위원장이 말한 낫과 망치는 과거 환란 때 운영했던 구조조정기획단, 채권시장안정을 위한 기금과 펀드 등을 가리키는 것”이라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 짝짓기는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되거나 대출 여력이 부족해지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며 외화위기 때도 부실 은행들의 짝짓기가 있었음을 상기시켰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