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 골프를 안 친다고 아무리 다짐해 봐도 유혹의 전화 한 통이면 바로 무너지는 게 골퍼의 심리다.
영하 7∼8도면 별로 추운 것도 아니라고 자위하면서 라운드 전날 밤, 색깔 있는 골프볼과 내복을 준비한다. 하지만 겨울 골프를 제대로 즐기려면 내복만 가지고는 안 된다. 늦가을 골프와는 확연히 다른 코스 공략 전술을 적용하지 못하면 평소 스코어에 비해 10스트로크는 더 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수적으로 스윙까지 망가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골퍼들이 영하의 날씨에서 골프를 칠 때, 제일 싫어하는 것이 얼어 있는 그린이다. 세컨드 샷한 볼이 그린에 맞으면 콘크리트 바닥을 때리는 소리를 내면서 엄청나게 튀어올라 그린 뒤쪽의 OB 지역으로 사라져 버린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가 택하는 방법이 그린 프린지에 떨어뜨려 핀을 향해 굴러가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말 골퍼가 1m 폭의 프린지에 정확히 볼을 떨어뜨릴 수는 없다. 항상 짧은 샷을 때리는 것이 주말 골퍼의 특기가 아니던가. 프린지에 떨어뜨린다고 생각하고 한 클럽 짧게 아이언을 선택하면 그린에 10미터쯤 못 미친 지점에 멈춰버린다.
이 경우 남아 있는 서드 샷은 더 어렵다. 공은 거의 맨땅에 놓여 있어 굴리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띄워 붙일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어 있는 그린을 공략하는 최선의 방법은 정상적인 클럽을 선택해서 스무드하게 스윙하는 것이다. 평소에도 그랬듯이 내가 때린 세컨드 샷은 예상했던 거리보다 10m는 짧을 것이라서 핀을 노리고 때려도 볼이 떨어지는 첫 착지점은 그린 프린지가 된다. 여기서 많이 튀든지 혹은 뜻한 대로 핀을 향해 굴러가든지 하는 것은 순전히 운이다.
그래서 “겨울 골프는 골퍼가 볼을 치는 게 아니라 운이 골프를 친다”고들 한다. 또 다른 난제인 그린 근처에서의 어프로치 샷은 겨울 골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이 샷에서 극명하게 갈린다. 볼을 높은 탄도로 때리면 튀어 올라 멀리 가버릴 것은 자명하고, 낮은 탄도로 굴리는 샷은 그린이 잘 구르지 않기 때문에 핀에 못 미친다. 진퇴양난이다. 이럴 때 쓰는 수법이 ‘중용의 도’, 즉 평소 탄도보다는 낮게 그렇다고 처음부터 구르지는 않게 치는 것이다. 평소에 샌드웨지로 띄워 붙이는 어프로치를 하는 골퍼는 피칭웨지를 잡고 평소와 같은 감각으로 칩샷을 하면 탄도가 평소보다 낮아져서 튀어나가지 않고 제 거리를 간다.
또, 평소에 8번 아이언으로 굴려 붙이는 스타일의 골퍼라면 로프트가 약간 큰 피칭웨지를 잡고 평소와 똑같은 감각으로 칩샷을 하면 된다. 처음 몇 홀은 익숙하지 않아 좋은 결과를 얻기가 힘들지만 세 홀만 지나면 얼어 있는 그린에서의 칩샷이 생각보다 쉽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늘은 급한 대로 겨울 골프에서의 응급처치 요령을 이야기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겨울 시즌에는 친구들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고 야밤에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야구배트를 휘두르며 골프 근육을 만드는 것이 다가오는 시즌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