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중심 대학] 세계 일류를 향한 도전, `연구 2.0` 중심이다

 최근 대학들이 ‘연구중심대학’을 부르짖고 있다. 과거에도 연구중심을 주장한 바 있지만 지금은 다르다. 현재 흐름은 이른바 대학 연구2.0이다. 연구2.0의 골자는 △글로벌 △융·복합 △실용 세 단어로 집약된다. 노벨상 수상자나 해외 유수 대학의 석학을 상근·비상근 학자로 데려오는가 하면 해외 연구소와 협력해 과거에 비해 공동 연구를 더욱 활발히 진행하기도 한다. 또 음악과 공학·미술과 경영·자연과학과 공학·공학과 인문학 등 서로 절대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학문끼리의 ‘이종교배’에 주저함이 없다. 현장에 투입하면 바로 쓸 만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기업과 일대일로 계약하고 인재를 양성하거나 연구를 해주기도 한다.

 ◇왜 연구2.0인가=대학의 이런 변화에는 세계적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부 인식과 외부 환경 변화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발표된 연구 중심별 세계 대학 순위에서도 서울대가 150위권에 그치는 등 충격파가 컸다.

 정부의 연구비 차등 지원 및 신성장동력 분야 파격 지원 등 그동안 대학의 연구는 ‘도전’보다는 ‘안정’이 대세였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타 분야와 활발히 교류하기보다는 교수의 첫 관심사로 시작된 연구가 퇴직 때까지 가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대학 내부에서 외부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매년 우수한 국내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현실과 그에 따른 물리적·비물리적 손실에도 눈을 떴다.

 미국 국제교육연구소(IIE)가 2007∼2008학년도 미국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현황을 종합해 지난 17일 발표한 연례 ‘오픈도어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1년 전보다 7% 늘어난 62만3805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들이 연간 지출하는 돈만 해도 155억달러에 이른다. 우수한 연구력을 가진 미국 대학으로 세계 영재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으며 그에 따르는 수익도 엄청나다.

 이에 국내에서도 국내외 최고 인재를 끌어오는 세계 일류대학이 되기 위한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그 움직임은 안주하지 않는 ‘연구2.0’에 초점이 맞춰졌다. 서남표 KAIST 총장은 “국경과 상관없이 좋은 대학에 학생과 교수, 돈이 몰리고 있으며 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만이 미래가 있다”며 “대학이 연구개발을 활성화해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과 비즈니스를 만들면 이것이 정부가 말한 신성장동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위해=해외에서 연구중심대학이 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일반화돼 있다. 학문 간 융합이 자유롭고 학교 측의 탄탄한 재정 지원으로 유수 학자를 불러모으기도 한다. 미국은 이미 200개에 가까운 연구중심대학을 중점 육성해 세계 학문 트렌드를 이끌고 있고, 중국이 100개, 일본이 30개의 연구 중심 대학을 키우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미 1960년 마스터플랜을 세워 30개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에 연구 차등 지원과 과정 차등 개설을 둬 파격적인 장학금 지원으로 경쟁적 육성을 했다. 연구중심대학으로 선정된 8개 대학에 상위 12%의 학생만 허용하고 학생 1인당 지원금도 타 대학에 비해 두 배 이상 준 것. 결국 버클리·어바인·샌디에이고 등 8개 학교는 모두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했다.

 최근 움직임도 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부가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키우기 위해 파격 지원을 전제로 사업 등을 펼쳐 글로벌 해외 석학을 초빙하거나 신성장동력 창출 분야 새로운 전공·학과 개설을 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유가 급등과 환경 오염 등에 따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녹색성장·신재생 에너지나 금융과 수학 또는 공학의 결합 등 신성장·융합에 초점을 맞춰 학과나 대학원이 개설되고 있다.

 성균관대는 에너지과학학과와 디자인과 공학·인문학을 결합한 인터랙션 사이언스학과를 만들 예정이며 고려대·부산대·연세대·아주대 등은 금융공학을, 건국대는 경영학과 기술이 합쳐진 기술경영 관련 학과와 대학원을 만들 계획이 있다.

 서울대는 음악과 미술·공학이 결합한 미디어아트공학학과 개설을 위해 준비 중이며 나노 분야 연구를 통해 의약품과 신소재를 개발하는 나노바이오공학과도 준비하고 있다.

 해외 유수 학자들의 방문도 줄을 잇는다. 이화여대는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인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제시해 ‘빈민의 은행가’로 통하는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2006년 노벨평화상)와 200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그럽스 박사를, 서울대는 199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루첸 박사를, 연세대는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쿠르트 뷔트리히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교수를 초빙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