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재활용=폐기물 산업` 족쇄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태양전지 등 성장동력 산업군의 핵심 소재인 희유금속 등을 재처리하는 금속 자원 재활용 업계가 정부의 폐기물 규제 적용을 받는 탓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부처마다 ‘녹색성장’ 물결에 편승하며 그린 산업 육성을 내걸지만 실제론 재활용 산업을 폐기물 배출 업종으로만 간주, 재활용 작업 및 원료 확보에 애를 태우고 있다.

20일 관련 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시행한 9차 통계청 업종코드 개정에서 재활용산업분류가 제조업에서 폐기물환경복원으로 세분화되면서 재활용 산업이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으로 분류됐다. 제조업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업체는 제조설비를 도입하거나 공업 단지에 입주할 때 차별 대우를 받는다. 지자체 조례로 폐기물 업종은 지역에 못 들어오도록 하고 있다. 연구 개발에 대한 지원도 받기 힘들다.

금속 재처리 산업의 원료인 폐금속 확보도 쉽지 않다. 지난 8월 발표한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수출입시 추가로 신고를 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폐금속을 수입하려면 수출국에서 발급하는 성분 시험인증서를 받아야 한다. 반면 해외에선 자동차용 백금 폐촉매같은 경우 특별한 규제 없이 수입한다. 시험 분석 역량이 떨어지는 국가에선 성적서를 받지 못해 수입을 못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국가 시험 기관에서 직접 발급한 성적서를 요구하는 등 우리나라의 기준이 더욱 엄격하다”며 “나라마다 전략 자원인 폐금속의 유출은 막고 도입은 늘리려 애쓰는 데 우리는 정 반대”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서 발생하는 폐금속의 경우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며 “그간 행정 공백지대였던 수입 폐금속도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대형 기업을 제외한 영세 재활용 업체들이 재처리한 희유금속 자원을 국내 공급하기 보단 해외로 넘겨 수익을 얻는 쪽을 택하면서 우리나라 희유금속 스크랩의 70%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환경부가 녹색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재활용 산업 육성을 발표하고 조달청도 리튬·탄탈륨 등의 희유금속을 신규 비축 품목으로 선정하고 비축량을 확대하는 등 금속 자원 확보에 나섰지만 정작 중요한 자원 확보 대안인 금속 재활용 움직임은 규제로 흐지부지되고 있다.

재활용 전문 공단을 지정, 관련 업체들을 한 곳에 모아 각종 환경 인프라를 제공하고 폐금속 수집과 처리의 시너지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택수 박사는 “희유금속 재활용 기술과 관련 산업의 미비로 자원 순환 고리가 끊어진 상황에서 정부 규제마저 발목을 잡는 셈”이라며 “재활용 산업을 유해물질 배출 산업이 아니라 자원 확보를 위한 친환경 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