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발광다이오드(LED) 전공정 핵심장비인 ‘유기금속화학기상증착기(MOCVD)’ 20대를 내년에 새로 구매한다. LED 백라이트유닛(BLU) 모듈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LED BLU를 탑재한 LCD TV 생산물량을 늘리기로 한 데 발 맞추기 위해서다. MOCVD는 LED 기초소재인 사파이어기판에 여러 가지 화학 물질을 입히는 장비다. 생산성은 물론 휘도 및 품질 균일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일본·대만 업체에 비해 LED 칩·웨이퍼 양산 능력이 한참 뒤처지는 우리 LED 업계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대표 강호문)는 내년 총 20대의 신규 MOCVD를 발주키로 하고 해외 장비업체들과 구체적인 규격 조율작업에 들어갔다. 대당 약 30억원인 MOCVD 가격을 고려하면 장비가격만 600억원이다. 총 투자규모는 이를 훨씬 웃돌 전망이다. 삼성전기가 양산가동중인 MOCVD는 총 25대 내외로 내년 신규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이 두 배 정도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발주시기는 다소 유동적이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발주부터 장비입고·양산 안정화에 통상 1년 정도 기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 순차적으로 투자 시기를 저울질한다.
이 회사는 이에 앞서 최근 독일 장비업체인 엑시트론과 총 6대의 MOCVD를 신규 도입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도입 장비는 2인치 웨이퍼 42장을 한 번에 성장시키는 설비로 월 3000장을 생산할 수 있다. 4대를 삼성전기의 LED 생산라인으로 설치하고 2대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3라인 공간을 빌려 설치된다.
삼성전기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MOCVD를 도입하는 것은 내년께 본격 개화할 LCD TV용 LED BLU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특히 삼성전자와 ‘에지형’ LED BLU를 공동개발하고 있어 이미 일정 정도의 판로는 확보한 상태다. 에지형 기술은 휴대폰·내비게이션 등 중소형 애플리케이션용 BLU처럼 LED를 도광판 테두리에 두르는 것이 핵심이다. LCD TV에는 LED를 도광판 뒷면에 바둑판 모양으로 설치했다. 종전 방식에 비해 LED 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 완제품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LED BLU 범용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기와 삼성전자는 32·37·40·46·52인치 에지형 LED BLU 모듈을 양산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조명용 LED는 아직 가시적 수요가 크지 않아 당분간 LED BLU 모듈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양산능력 향상으로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