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가방이라도 팔아야 전기료를 내죠.”
서울시 중랑구에 거주하는 43살의 김 모씨는 10여년간 운영하던 중국집을 정리하며 배달에 쓰던 ‘철가방’을 인터넷 쇼핑몰에 게시했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가구(2인 이상)의 자영업자들이 버는 사업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도시 근로자 가구(2인 이상) 자영업자들의 사업 소득은 12.2% 감소했다. 둘 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명목소득이라 자영업자의 실제 삶은 더 팍팍하다.
이를 반영하듯 오픈마켓인 옥션과 G마켓에서는 김 모씨처럼 영세 자영업자들이 가게를 처분하며 내 놓은 이른바 ‘폐업물품’으로 넘쳐나 눈시울을 적신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옥션(대표 박주만)의 중고장터 코너에는 폐업, 업종변경 등에 따른 점포 집기나 유휴 설비가 약 400여건에 달해 지난해 동기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이 중 70%는 식당 집기들이다. 원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대형 냉동냉장고·믹서·닭 튀김기·만두 찌는 기계 등이다. 심지어는 술집의 나무 메뉴판, 중국집 철가방 등 5만원 이내의 소품도 올라와 있다.
과거에는 전문적으로 중고품을 모아 파는 업자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개인이 직접 물건을 내다 파는 경우가 많다는 게 옥션 측의 분석이다.
실제로 대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 회원은 “1년간 분식집을 운영했으나 너무 힘들어 가게를 접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업소용 대형 냉장고·가스레인지·밥솥。식기류 일체를 250만원의 시작 가격에 경매로 내놨다.
요식업종은 물론이고 공장에서 쓰던 집기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공기청정기·업소용 에어컨·정수기와 산업용 진공청소기·열풍기·유압파워 유니트(산업용 모터)등이다. 1.5톤에 이르는 컨베이어 오븐(대형 건조기)은 구입 당시 가격이 5500만원이었지만 330만원에 나와 있다.
G마켓(대표 구영배)에도 100여개의 상품이 게시됐다. 폐업 처리로 약 500여개 상품을 1000원에 판매한다. 대부분 중고품 판매 전문업자들이 내놓은 것으로 행거·이어폰·건전지 등 이다.
김정남 옥션 산업용품 담당 팀장은 “예전이라면 드문드문 나왔을 가게 집기지만 요즘은 언제든 사이트를 들여다봐도 웬만한 식당은 하나 차릴 수 있을 정도로 물량이 많다”며 “자영업자들이 불황 타격이 가장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coolj@
사진=옥션에서 판매중인 만두찌는 기계, 아이스크림 냉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