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미국의 스팬션은 이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 공정하고 합당한 라이선스 계약을 원한다고 공식 의견을 밝혔다.
버트런드 캄보 스팬션 CEO는 지난 21일 전자신문 기자와의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해결안을 찾는 데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론을 원할 뿐, 삼성 제품이 미국에서 판매 금지되는 등의 최악의 상황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정하고 합당한 라이선스 계약을 원한다”며 “삼성이 대화에 나서겠다면 언제든지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스팬션은 지난해부터 CTF(Charge Trap Flash)와 관련해 대화를 요청했지만 삼성이 거부해 삼성이 위반한 특허조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플래시메모리 초창기인 10년 전부터 스팬션 특허를 사용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캄보 CEO는 “삼성이 침해한 특허는 10개가 넘지만, 신속한 소송진행을 위해 케이스를 단순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팬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각각 4개와 6개의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는 플래시메모리 기초기술과 공정·설계구조 등이 포함됐다.
이날 전화 인터뷰는 스팬션의 새너제이 본사를 연결해 1시간 정도 진행됐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
<뉴스의눈> 투자비 확보 겨냥 삼성에 태클
스팬션이 삼성전자와의 특허침해 소송을 통한 노림수는 크게 두가지로 보인다. 낸드플래시 등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비 마련과 기술라이선스 사업의 확대다. 스팬션은 노어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 업체지만,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최근 이 분야의 시장 경쟁이 치열한 데다 세계적인 불경기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스팬션은 낸드플래시 등 다른 제품에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나 자금을 덜 확보했다. 스팬션은 지난해 25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중 연구개발비로 4억달러를 지출했다. 플래시메모리 솔루션 개발 기업인 사이펀세미컨덕터를 지난 3월 인수하면서 더 이상 투자 여력이 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투자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딱히 매출원이 없는 스팬션으로서는 라이선스로 얻는 수익을 극대화해 투자 자금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
스팬션이 사이펀세미컨덕터 인수를 계기로 기술 라이선싱 사업을 적극 확대하는 이유다. 플래시메모리 선두기업인 삼성전자가 첫 대상이 된 셈이다.
스팬션은 과거 샌디스크가 삼성전자와의 플래시메모리 특허 분쟁에서 합의한 것처럼 자신들의 요구에 응할 것을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2년 샌디스크와 7년간 플래시메모리 특허를 공유하는 계약을 맺었다. 연간 4억달러 규모의 특허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라이선스 계약을 맺게된다면 스팬션이 얻을 이득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버트런드 캄보 CEO는 “미국 특허소송에서 판결이 나면 6년 전까지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삼성이 6년간 플래시메모리로 벌어들인 돈이 300억달러에 달해 특허침해금액은 반도체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과거 샌디스크의 사례보다 특허침해 규모가 크며, 2020년까지 유효한 특허들이라 상당한 액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캄보 CEO는 그러나 파국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린 법률소송이 끝까지 가고 삼성 제품이 미국에서 판매거부 당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라면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공정하고 합당한 라이선스 계약”이라고 말했다.
스팬션이 취한 조치는 크게 두가지다. 특허침해소송과 국제무역위원회(ITC) 제소다. 스팬션이 치밀하게 준비한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ITC 제소는 압박의 수단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오바마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한미 간 무역분쟁꺼리로 삼아 전방위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됐다.
캄보 CEO는 “ITC는 굉장히 빠르게 사안을 처리하기 때문에 9개월 만에 결론이 날 수도 있다”라면서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제소한 소송은 ITC보다 문제처리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투자 여력 확보가 시급한 스팬션이 이른 시간 내 효과가 높은 ITC를 통한 압박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