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3대 기름 값이 드디어 40달러대까지 주저 앉았다. 텍사스중질유, 두바이유, 브렌트유 모두 배럴 당 40달러대를 기록한 건 무려 42개월 만의 일이다. 정제한 원유에서 나오는 휘발유 값은 더하다. 지난 20일 국제 가격이 배럴당 30달러대였다. 원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석유수요 감소 우려가 유가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이렇게 되니 주변에서 “기름값이 이렇게 떨어지니 굳이 신재생에너지나 그린테크놀로지에 투자할 필요가 줄어드는 게 아닌가”라는 말이 들린다. 세계 경제가 일정 수준 안정될 때까지 유가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국제 전망을 근거로 한다. 올 초 신재생에너지에 급격한 관심이 몰린 것에는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앗던 유가가 큰 역할을 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세계가 그린오션, 그린기술, 저탄소를 주목했던 건 높아진 기름값 때문만이 아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뿜어지는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로 이어져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그린경제의 당위성은 외부 조건에 영향받지 않는다. 유가는 떨어져도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의무감축 강조 움직임이 약화되지 않는다.
기업은 이런 당위성에 더해 그린기술이 창출할 엄청난 규모의 새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 그린경제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새 시장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한때 큰 배기량과 덩치의 ‘머슬 카(mucsle car)’로 세계 제일을 자랑하던 미국 자동차 산업이 성장이 아닌, 생존 자체의 기로에 놓인 현실이 적나라한 예다. 하이브리드카, 고연비 경차 등에 집중하지 않아 폴 로디시나 AT커니 회장의 말대로 결국 ‘그린 트렌드의 첫 희생자(casuality)’가 됐다.
원유가격이 낮아진 지금 당장은 그린에서 눈을 떼는 게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편함은 오래 가지 못한다. 노래 가사처럼 ‘굴하지 않는 보석같은’ 그린경제, 녹색성장에 대한 의지가 필요하다.
최순욱기자<그린오션팀> choisw@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