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선진국, "불황에도 기초과학 투자 못줄인다"

 유럽 선진국이 기초과학 투자를 강화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향후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경제불황이면 R&D 비용부터 삭감하는 국내 풍토와 사뭇 다르다.

 ◇경제 침체에도 R&D 예산 증액=기초연구 협력 협의 차 유럽을 방문한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을 만난 프랑스와 독일 국가 R&D 정책 관계자들은 “당연히 내년도 예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프랑스는 지난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국가 R&D 투자는 내년 소폭 증가한다. 프랑스 최대 연구기관인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아놀드 미구스 사무총장은 “경제 불황으로 정부 재정지출이 확대된다”면서 “공공부문의 하나인 국가 R&D도 조금이나마 늘어나지 줄어드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독일 역시 국가 R&D 예산을 늘리고 있다. 피터 그루스 막스플랑크연구소 총재는 “기초과학 핵심인 창의성이 구현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현 정부는 국가 R&D 투자가 경제상황과 무관하게 집행되도록 예산을 매년 3%씩 증액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민동필 이사장은 “우리나라도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내년 국가 R&D 예산은 공약대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냉정한 평가는 필수=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국가 R&D 사업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다.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되 책임을 엄하게 묻겠다는 것.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산하 80여개 연구소를 체계적으로 평가해 성적을 매긴다. 나이제르트 막스플랑크연구소 국제협력국장은 “산하 연구소 소장들은 평가에 따라 연봉이 최대 8배까지 차이가 나며, 심지어 연구소가 폐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구스 프랑스 CNRS 사무총장도 “CNRS 연구원들 중 30%만이 정년을 보장받는 데 연구소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기 위해 정년 보장 비율을 더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