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로 대기업도 단기차입금이 늘어나고 부채비율이 올라가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24일 재계 전문 사이트인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30대 그룹 계열 164개 상장기업(금융회사 제외)의 차입금은 9월 말 현재 49조625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8.7% 급증했다.
이 가운데 상환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차입금은 39.3% 증가에 그친 반면 1년 이내에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28조9667억원으로 75.1%나 증가해 단기차입금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차입금 증가로 올들어 3분기까지 30대 그룹의 이자비용은 작년 동기 대비 23.3% 늘어난 4조7211억원에 달했다. 그룹당 평균 300억원 가량 늘면서 가뜩이나 영업부진으로 이익 규모가 급감한 기업의 경영난을 가중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장기차입금은 7.1% 줄어든 반면 단기차입금이 무려 381.9%나 증가했고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그룹도 장기차입금은 15.8% 감소했으나 단기차입금은 154.3%나 늘었다. 삼성그룹은 단기차입금 총액이 1조원에 미치지 못했으나 증가율은 229%에 달했다. SK그룹은 하나로텔레콤, 인천정유의 M&A(인수합병) 등으로 1년 새 차입금이 4조원 이상 늘어 차입금 총액이 9조178억원으로 30대 그룹 중 가장 많았다.
차입금이 증가하면서 30대 그룹의 평균 부채비율도 지난해 3분기 말 89.7%에서 올해 3분기 말 108.5%로 크게 높아졌다. 올들어 3분기까지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순손실이 1조원을 넘어선 한진그룹은 지난해 3분기 말 183.2%이던 부채비율이 304.8%로 높아져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동부(264.9%), 동양(263.2%), 현대(262.9%), 두산(251.9%), 코오롱(244.7%), 대한전선(221%) 등도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부채비율 가이드라인이었던 200%를 훌쩍 넘어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견·대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나빠지고 있으며 내년에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면서 “내년에는 건설과 조선외에 유통, 반도체, 자동차 등으로 어려움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