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장, 가는 길이 다르다.’
산업 구조가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진입 장벽이 높아 ‘가깝고도 먼 시장’으로 불리는 일본을 놓고 국내 양대 전자업체의 공략 방안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LCD 등 기업(B2B) 대상의 부품·소재 비중을 크게 높이는 반면에 LG전자는 IT와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주력 품목을 재구성해 소비자(B2C) 시장에서 ‘LG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프리미엄 IT 제품 위주로 수출 라인업을 다시 조정한다.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 제품과 일본 시장에 특화한 IT 제품 중심으로 사업 품목을 조정해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가전 시장에서 삼성·LG전자 등 국내 브랜드는 일본 특유의 ‘텃세’와 높은 진입 장벽에 밀려 고전하면서 사실상 ‘백기’를 든 상황이었다.
LG는 먼저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사업 포토폴리오를 새로 짜고 있다. AV 품목과 관련해서는 내년 일반 DVD 제품을 단종하는 대신에 블루레이 기반 DVD 제품으로 새롭게 일본 시장에 뛰어든다. 기록 문화가 발달한 일본 시장에서 차세대 저장장치로 승부를 걸 계획이다.
IT 제품 중에서는 모니터 라인업을 크게 강화한다. 프리미엄 제품을 늘려 모니터 판매 비중을 지금 연간 15만대에서 내년 20만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달 초 일본 내에서 3000개 유통점을 가진 후지필름이미징과 손잡고 진출한 디지털액자사업도 제품을 다양화해 내년 시장 점유율을 전체의 30%까지 올려놓을 계획이다.
가전 제품은 올 초 선보인 프리미엄 세탁기처럼 프리미엄 위주로 제품군을 선별하고 있다.
휴대폰도 일본 소비자만을 겨냥한 독자 일본형 모델을 선보인다. 이미 일본업체와 공동으로 제품 개발을 시작했으며 내년 말께 일본형 LG 휴대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LG는 일본 3대 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와 파트너 관계를 가지고 있다.
LG는 이에 앞서 일본법인 이름을 ‘LG전자’에서 ‘LG일렉트로닉스’로 바꾸고 대대적인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다. LG 일본법인 배형기 팀장은 “일본 시장은 자국 브랜드가 강해 다른 글로벌업체가 진입해서 연착륙하기가 쉽지 않은 시장”이라며 “일본 시장을 겨냥한 고객 인사이트 기반의 제품 위주로 품목을 재편성해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미 반도체·LCD 위주로 주력 사업 방향을 완전히 선회했다. 삼성은 1980년대 일본법인을 설립한 이후 세탁기·냉장고 등 생활가전에 진출했으며 이후 2000년대에 넘어오면서 LCD TV 등 디스플레이사업에 진출했다.
현지 법인 삼성재팬은 대부분 가전사업을 철수한 상태며 일부 모니터 제품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가전사업은 크게 줄이는 대신에 기업 대상 LCD 패널·반도체 등 기업 대상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이 회사 방상원 상무는 “가전 등 소비 품목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약한 상황에서 오히려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며 “앞으로 일본법인은 일반 소비자(B2C) 시장에 집중하기보다 기업(B2B) 영업 위주로 이미 사업군을 전면 재조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