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단지공단이 ‘박봉규식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공단 설립이후 최대 규모의 조직 개편과 함께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는 총체적 업무 혁신을 통해 사실상 ‘제2의 설립’을 꾀했다. 산업단지 혁신이 곧 우리 기업의 경쟁력 제고 및 수출·경기 활성화의 핵심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박봉규 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최근 내부 기획부서에서 담당했던 조직 진단을 처음으로 외부 기관에 맡겼다. 그 결과가 나오는 이달 말 인사개편을 단행하고, 연내 새 조직을 꾸린 뒤 내년 1월1일부터 완전히 새로운 산업단지공단으로 출발할 계획이다. 지식경제부 장관이 최근 사표를 수리한 4명의 상근 임원을 비롯해 대부분의 고위간부가 물갈이 될 전망이다. ‘새출발’이라는 상징성을 살릴 수 있도록 새로운 간부 진용을 만든다는 것이 박 이사장의 복안이다.
서울과 지방의 인력 교차 및 실력있는 지방 인사의 서울 발탁 등 파격적인 인사 실험도 예상됐다. 내부의 기강을 바로잡는 한편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무엇보다 ‘수요자 중심’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게 박 이사장의 목표다. 전국 산업단지공단에 입주한 3만여 기업과의 접점을 늘이고 기업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공단 관리의 최고 전문기관’이란 산단공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기업 설립 지원 등 기업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생각이다. 임원급이 맡던 이사장 비서실장도 실무자급에 맡기는 등 인적 쇄신 노력도 병행한다.
지방자치단체 등도 공단의 관리권을 가질 수 있도록 산업단지공단 관리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산단공과 박 이사장은 역량 강화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강도높은 혁신 노력을 통해 경쟁 체제에서도 산단공이 확실히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전문성을 높인다는 것. 이를 위해 △광역경제권 산업클러스터 구축 △산업단지 구조 고도화 △저탄소 녹색성장 생태산업단지 조성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산업단지 재창조’ 전략을 최근 발표했다.
그 첫걸음으로 산단공은 지난 20일 시흥시와 시화국가산업단지에 ‘시화복합지즈니스센터’ 건립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력 협약을 맺었다. 267억원을 투자, 2012년까지 11층 규모로 지어지는 이 센터는 각종 기업지원인프라와 근로자 문화·복지시설을 구비, 중소기업의 창업에서 연구개발·사업화·판로개척 등을 한 장소에서 지원하는 일괄지원체계 모델 구축을 산업단지에서 처음으로 구현한다는 목표다.
박 이사장은 “입주 기업들이 필요를 못 느낀다면 산단공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며 “입주사들이 필요 없다고 하는 지부는 문을 닫는다는 각오로 조직 혁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호·한세희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