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윤리교육, 한·일간 격차 커

교육내용 10년 전 답습··· 정규교과엔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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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 강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가 정보통신 윤리 교육에서는 일본에 한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악플로 인한 탤런트 최진실 자살사건에 이어 문근영 악플사건이 이슈화되면서 정부가 제안한 ‘사이버 모욕죄’ 제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정규 교과과정에서 정보통신 윤리 교육은 10년 전 내용을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끝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7차 교육과정까지 정보통신 윤리 교육은 1998∼1999년에 개발된 교과내용을 개선하지 않은 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교과부는 2000년 8월에 시행된 ‘초중등학교 정보통신기술교육 운영지침’에 따라 정보통신 윤리 교육이 연 7시간 이상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규 교과에 정보통신 윤리에 관련된 내용은 거의 포함되지 않고 있다.

 현행 초등학교 교과과정에서는 4학년 2학기 도덕 교과서 3단원에 ‘인터넷에서 베낀 과제’라는 단원에서 정보통신 윤리 교육이 처음 등장한다. 이어 5단원 ‘정보지킴이’에서 해킹과 관련한 정보 보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초등 5학년 도덕 교과서에는 ‘인터넷과 다른 사람들의 권익’을 한 페이지 분량으로 다루고 있고 6학년 도덕 교과서와 보조 교재인 생활의 길잡이에 각 한 페이지씩 해킹과 통신예절을 다룬 것이 전부다.

 반면에 우리와 교육체계가 비슷한 일본은 지난 10여년 동안 인터넷의 역기능을 막기 위해 교육 관련 부서와 시민단체 등이 나서 정보통신 윤리 교육을 위해 노력해왔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정보모럴교육’으로 정보화 역기능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오쓰카 가즈아키 문부성 정보교육 담당은 “초등학교 1∼2학년 때 윤리나 도덕 관련 교과에서 인터넷 윤리 교육을 시작하고 정규 교육에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하는 3∼4학년부터 정보통신 관련 윤리 교육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일본 민간 출판사들이 출판하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문부성의 정보통신 윤리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서 내용이 의무 삽입되도록 하고 있고, 교사 교육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담당하고 있다.

 지난 7월 문부성은 사단법인 일본교육공학진흥회(JAPET)에 위탁, 전국 교원이 열람해 활용할 수 있는 정보통신 윤리 교육 지도 포털사이트(www.japet.or.jp/moral-guidebook)를 개설했다. 일본의 초등학교 교사들은 이 사이트에서 인터넷 비방은 물론이고 최근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킹사이트(SNS)에 대한 역기능 방지 방안까지 교육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오쓰카씨는 “이 사이트는 교사들이 학교 수업에서 실질적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도 실천 사례 200건을 학교·교과·학년별로 검색해 볼 수 있어 이론과 체험을 바탕으로 한 실무체험형 윤리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문부성은 내년 새로운 교과과정을 시작함에 따라 ‘학습지도요령’을 거쳐 모든 과목에서 정보통신 관련 윤리 교육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또 공익단체도 인터넷 자정 능력 배양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인터넷 협회는 2003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윤리 소양 시험을 어린이용, 성인용, 비즈니스용으로 목적에 따라 구분해 차별화된 소양 시험을 시행하고 있으며 일정 수준에 이르면 합격증을 발행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요즘 초등학생들이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인만큼 일본의 예처럼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정보통신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정창덕 고려대 컴퓨터정보학과 교수는 “정보화가 깊어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실질적인 정보통신 윤리 교육과정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중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별도의 시간을 할애해 초등학교 때 인터넷 윤리 교육을 받았다는 학생을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교사들도 정보통신 윤리 교육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실정”이라며 “실질 사례를 교육할 만한 자료가 부족해 교육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서는 인터넷 정보통신 윤리 교육의 필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도덕과 등에 별도의 단원을 두고 강조할 예정이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에선 국어·수학·영어 등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윤리를 별도의 과목으로 두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있는 교과부 관계자는 “별도의 과목이 신설되는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며 “바뀐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것이 2009년이기 때문에 새로운 과목을 추가한다는 것은 다음 8차 교육과정이 개편될 6∼7년 동안은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