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유연성이 뛰어나 고성능 휘는 전자회로나 휘는 디스플레이 소재로 기대를 모으는 실리콘 나노선(Si-NW)을 고체기판 위에 원하는 형태로 마음대로 정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홍승훈 교수팀은 25일 기존의 미세소자 제작 공정만을 이용해 실리콘 나노선을 대량으로 정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고체기판 위에 실리콘 나노선 트랜지스터와 복잡한 형태의 패턴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 프론티어 나노소자사업단과 국가지정연구실(NRL) 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는 실리콘 나노선을 이용한 고성능 유연성 전자소자 제작에 한발 다가선 것으로 나노분야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최근 소개됐다.
실리콘 나노선은 플라스틱처럼 휠 수 있는 `고성능 유연성 회로` 등 차세대 첨단 전자소자용 재료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나 실리콘 나노선으로 소자를 만들려면 먼저 실리콘 나노선을 합성한 후 이를 기판 위의 원하는 위치에 특정한 방향으로 정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탄소나노튜브의 경우 홍 교수팀이 용액 속에 분산한 후 기판의 특정 위치에 정렬하는 기술을 개발, 2003년과 2006년 `네이처`와 `네이처 나노테크놀러지` 등에 발표했으나 실리콘 나노선처럼 상대적으로 굵은 나노선은 용액 속에 잘 분산되지 않아 그 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실리콘 나노선을 합성한 다음 나노선 표면에 아민기를 가지고 있어 양(+)전하를 띠는 친수성 분자막(APTES)을 코팅해 실리콘 나노선이 잘 분산된 용액을 만들었다.
이렇게 분산된 나노선 용액을 잉크젯프린터의 잉크로 사용하면 실리콘 나노선을 기판의 원하는 위치에 인쇄해 회로를 만드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이어 고체기판 표면에 미세공정으로 음(-)전하를 띠는 분자막과 소수성 분자막 패턴을 만들고 실리콘 나노선 용액에 넣어 원하는 모양의 실리콘 나노선 집적회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용액 속에 있는 양전하를 띤 실리콘 나노선들이 고체기판 표면의 음전하를 띈 분자막 코팅에 선택적으로 흡착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홍 교수는 "이 연구는 실리콘 나노선을 고체기판의 원하는 위치에 정렬해 직접 소자를 만드는 기술을 처음 개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 방법은 현재의 제작공정에 바로 적용할 수 있고 이는 실리콘 나노선을 전자소자와 센서, 광학소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실리콘 나노선은 유연하면서도 기존의 유연성 회로에 쓰이는 전도성 플라스틱보다 100배 이상 특성이 좋은 재료로 알려져 있다"며 "이 기술은 고성능 유연성 회로나 디스플레이 제작에 활용될 수 있을 것"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