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12월 IMT2000 사업자 선정에 앞서 옛 정보통신부는 국내 3세대(3G)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2005년 1250만명, 2010년에는 2567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2008년 7월 말 기준으로 SK텔레콤과 KTF의 3G 이동전화 누적 가입자 수는 각각 655만9372명, 676만896명으로 총 1332만 268명으로 집계됐다. 당초 예상이 적중했다면 지난 2005년에 이미 돌파했어야 할 수치다.
2005년 1월 와이브로 사업자 선정 당시에 가입자 추정치는 2006년을 기준으로 200만명으로 추산됐다. 2008년 6월 말 기준으로 KT와 SK텔레콤이 확보한 와이브로 가입자 수는 20만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당초 추정치의 10%에 불과한 수치로, 와이브로가 IT 산업 육성정책(IT839) 핵심으로 기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결과다.
IMT2000에 이어 와이브로 또한 수요 예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과장됐다는 비아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자 ‘증거’다.
IMT2000의 시장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가입자 규모도 당초 예상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캐시카우’에 대한 기대감은 요원하다.
반면에 투자비용은 예상을 초과하고 있다. 당초 정통부는 사업자별로 1조2800억원을 투자하면 IMT2000 전국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SK텔레콤과 KTF는 이미 각각 3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문제는 또 있다. SK텔레콤과 KTF는 지난 2000년 IMT 사업권 획득 당시 각각 1조3000억원의 주파수 할당 대가 가운데 6500억원을 일시불로 납부했고 나머지 6500억원은 분할 납부해야 한다.
이는 정통부가 IMT2000 사업자가 2002년 12월 서비스를 개시, 15년간 총 133조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마련한 기준이다.
3G 이동전화 서비스 상용화가 지난해 3월 본격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의 예측과 현실이 크게 어긋나면서 사업자 부담은 이중·삼중으로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과거 잘못된 예상에 근거해 마련된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 IMT2000 주파수 할당 대가 산정 모델이었던 프랑스와 스페인이 각각 47.5%와 70% 줄인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통신사업자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00년 당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가 IMT2000에 과잉기대를 갖고 있던 시기”라며 “과잉기대가 꺼지고 시장 전망이 어긋난 것이 확인된 이상 과거 예상치를 기반으로 계산된 주파수 할당 대가 또한 현실화하는 게 타당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와이브로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5년 와이브로 사업권을 획득한 KT와 SK텔레콤은 사업권 획득 시 결정한 와이브로 설비 투자계획대로 이행하기에는 현재의 상황이 당초의 예상과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어 사업 이행계획에 따른 투자 및 커버리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은 “투자 이행 계획을 검토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며 “지금까지는 지켜나가고 있지만 앞으로는 무리가 따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KT가 지난 2005년 1200억원을 시작으로 2007년까지 총 6700억원을 와이브로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에도 당초 목표했던 1200억원을 차질 없이 투자했다. SK텔레콤도 오는 2010년까지 총 81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처럼 규제기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통신사업자는 (규제기관의) 압박(?)을 가급적 수용하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 2006년 LG텔레콤의 동기식 IMT2000 사업 허가권 반납 사례는 시사하는 바 크다.
정통부는 2001년 동기식 IMT2000 사업권 부여 당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종주국’이란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 글로벌 통신시장에서 ‘외톨이’나 다름없는 동기식을 고집했다.
이동통신사업자가 일제히 동기식 IMT2000은 사업성이 없다며 참여를 거부하자 정통부는 후발 주자인 LG텔레콤에 출연금 감면 등을 제시하며 동기식 사업권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전 세계 통신 시장은 2002년부터 비동기식으로 방향을 전환했을 뿐만 아니라 동기식 IMT2000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마저 기술투자를 중단했다.
LG텔레콤은 동기식 IMT2000 사업에 대한 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고 결국 사업권 반납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책 당국이 세계적 기술흐름과 시장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CDMA 성공신화’에 집착한 게 화근이었다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규제기관이 시장과 기술 상황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융통성 없고 폐쇄적인 정책으로 일관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규제기관이 끊임없이 통신 기술 발전 동향을 파악하고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는 탄력적인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동시에 보다 빠르고 과감하게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990년대 후반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 열풍은 ‘IT 코리아’의 견인차가 ‘통신’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통신 사업자가 발빠르게 새로운 서비스에 나설 수 있도록 정책이 만들어지면 곧바로 신규 시장이 성장했고, 이는 또 다른 IT산업 촉매제로 작용해 기업 재투자로 이어지는 ‘IT 산업 선순환 구조’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김원배·황지혜기자 adolfkim@etnews.co.kr
<유연한 정책이 서비스 활성화 앞당긴다>
IPTV 특별법 시행령은 방송법 시행령을 준용, IPTV가 제공하는 실시간 채널을 70개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IPTV 콘텐츠제공사업자가 제공하는 실시간 채널 수가 70개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는 조건이 첨부돼 있다.
IPTV 콘텐츠제공사업자로 신고·등록한 수가 70개 이상이 안 되면 최소 채널 규제 적용의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11월 현재 등록 혹은 신고한 IPTV 콘텐츠제공사업자는 50여개에 불과하다.
이 같은 적용 예외 규정에 근거, KT는 지난 17일 33개 실시간 채널로 ‘메가TV 라이브’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KT에 이어 실시간 IPTV 상용화를 앞둔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 또한 마찬가지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 융합서비스인 IPTV 조기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조치다.
IPTV와 경쟁 관계인 케이블TV 사업자와의 관계를 고려, 콘텐츠제공사업자의 신고 및 등록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자칫 IPTV 상용화가 늦춰지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복안에서 비롯됐다.
시장 상황에 맞게, IPTV 제공사업자 전략에 따라 콘텐츠 수급이 가능하도록 배려한 결과다.
이 같은 방통위의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 8월 27일 올리브나인이 최초로 IPTV 콘텐츠제공사업자로 등록한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콘텐츠제공사업자의 행보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수준이다.
만일, 방통위가 최소 70개 실시간 채널 확보라는 명제에 매몰됐다면 실시간 IPTV 상용화 시기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방통위가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간파하지 못했다면 IPTV 상용화는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IPTV 상용화를 위한 IPTV 제공사업자의 노력 못지않게 방통위의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결단 또한 평가받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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