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업계 "위기는 기회다"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불황을 반전의 기회로 삼았다. 세계 경기 침체로 외국계 반도체 장비 기업도 똑같이 경영에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 내년 4분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 R&D 투자 지속 내지는 제품 원가 절감에 노력을 기울인 기업만이 반도체 시황 회복의 결실을 차지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PSK·주성엔지니어링·프롬써어티 등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은 메모리 반도체 불황을 계기로 설비 투자가 위축되면서 미국·일본·대만 등 세계 반도체 장비 업계의 구조 조정이 촉발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경쟁사에 비해 고도 기술을 갖추지 못했거나 신제품 개발에 실패한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반도체 불황에 따른 충격파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반도체 경기 부진 때문에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에는 구조조정의 조짐이 일고 있다. 미국 노벨루스는 올해 매출 목표를 당초 10억달러에서 8억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일본 요코가와는 반도체 장비 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다. 일부 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은 매각설에 휘말렸다.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주력 장비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기로 했다. 비록 내년 반도체 기업의 설비 투자가 위축되더라도 장비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강화, 시장 지배력이 높은 외국 기업과의 품질 격차를 줄이고 생산 원가 절감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기로 했다. 게다가 원화 가치의 하락으로 미국·일본 기업에 비해 시장 진입 시 비교적 유리한 조건에 처했다.

PSK는 임플란트 공정후 포토레지스터 제거에 월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진 공정 기술을 도입, 내년 애셔 장비 시장에서 1위 입지를 확고히 다져 노벨루스·매트슨 등과의 격차를 더욱 벌린다. 또 PSK는 도전체막 증착전에 자연산화막을 제거하는 미세공정 전용 세정 장비 수주 확대에 나서고 에치백 공정 장비 개발을 연말 마치고 내년 상반기께 시연, 새 장비 시장에 진입한다.

주성엔지니어링도 화학증착장비(CVD) 장비의 신뢰성을 한층 강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일본 TEL 등과 경합을 벌일 계획이다. 특히 이 회사는 고밀도 플라즈마 CVD 시장에 내년 본격 진입, 노벨루스와 본격 경쟁한다. 회사 관계자는 “고밀도 플라즈마 CVD장비는 이미 성능을 검증받았다”며 “원가 경쟁력과 기술력을 토대로 새로운 장비 시장 개척에 나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LED 박막 증착장비 개발을 완료, 내년 LED 장비 시장에도 진입한다.

프롬써어티는 D램 웨이퍼 검사장비 개발을 연내 마치고 내년 일본 어드반테스터와 하반기부터 본격 경쟁한다. 프롬써어티 측은 “그동안 낸드메모리 웨이퍼 검사장비에 집중해왔으나 내년 상반기 D램 웨이퍼 검사 장비를 판매하는 등 생산 품목을 다변화했다”고 말했다.

ADP엔지니어링 등 장비업체도 생산 원가 절감 노력을 펼쳐, 신제품 개발 재투자에 적극 나선다. 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기업과 동시에 R&D를 하면 경쟁력을 유지하지만 R&D를 꺼리면 경쟁력을 곧바로 상실한다”며 “경기불황일수록 R&D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