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앞에선 수출株도 맥 못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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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화가 달러대비 약세를 보이며 수출주가 가격 경쟁력을 갖췄지만 세계 시장 수요부진 영향으로 증시의 안전지대는 아니란 전망이다. 또 수출 성장률이 2개월 연속 마이너스가 예상되는 등 수출이 부진해 증시와 환율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4일 10년 8개월 만에 1500선을 넘나들며 요동을 쳤다. 25일에는 주식시장의 상승 영향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 초만해도 원달러 환율 상승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던 수출주도 수요부진에 맥을 못추고 있다. 수출 비중이 100%에 가까운 한진해운, 대우조선해양, STX조선 등 조선·해운주는 대부분 주가가 연초대비 반토막난 상태다. 그나마 현대상선, 삼성전자, LG전자, 삼성전기 등 IT기업 정도가 지수 하락대비 선전하는 분위기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화가치 약세는 가격 경쟁력 면에서 해외 경쟁업체 대비 수출주가 선전할 수 있는 발판은 되지만 글로벌 시장이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주요 수출국 경기가 안 좋아지면 소비가 위축돼 수출금액 자체가 크게 줄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는 효과로 상쇄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지표 상황으로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와 무역수지가 나빠지고 있다.

 수출의 경우 10월 들어 성장률이 10.0%로 9월 28.2%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또 이달 들어서는 수출 증가율이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만큼 먹을 파이가 줄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국내 수입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유가가 고점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해 경상수지에 그나마 위안거리다.

 개별 기업별로 보면 환율 급등으로 장부상 영업이익보다 부채가 많아지는 악영향도 있다. LG전자의 외화부채 환산 손실이 3분기에만 3900억원이고 올해 전체 규모로는 9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우조선해양처럼 키코 등 환헤지 상품 가입에 따른 피해도 있다.

 성진경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출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우리경제와 원달러 환율에도 부담이 된다”며 “세계 경기의 회복만이 열쇠”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서서히 진행되고 해외 수요가 살아나면 원·달러 환율 약세가 향후 수출주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성 연구원은 “내년도 세계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에 힘입어 경기가 살아나고 달러가 1300원 내지 1400원대로 유지한다면 장기적으로 수출주가 ‘환율 수혜주’로 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