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저녁까지 환율을 챙기는 것이 업무의 절반입니다.” 중소기업 A 사장의 하소연이다. 다시 1500원대로 오른 환율 때문에 기업이 느끼는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춰 수출 기업은 ‘반사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경제 논리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전자·IT 기업은 이 논리라면 ‘높아진’ 환율에 손뼉을 쳐야 한다.
불행히도 상황은 ‘상식대로’ 흐르지 않고 있다. 국내 대표 전자업체인 삼성·LG전자는 수출 비중이 연결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80%에 이르지만 높아진 환율로 오히려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배경은 단순하다. 하나는 환율은 떨어졌지만 시장도 그만큼 위축됐다. 미국발 금융 위기로 수요가 크게 준 것이다. 환율 상쇄분 이상의 피 말리는 가격 경쟁에 내몰리면서 환율 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는 독특한 사업 구조다. 국내 기업은 대부분 내수에서 수익을 올리고 해외에서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글로벌 브랜드가 약한 국내 기업은 손해를 좀 보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격 경쟁력을 키워 해외 시장을 개척해 왔다. 그러나 환율로 원·부자재 가격이 껑충 뛰면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가격을 올리면 시장에서 경쟁에 밀리고 내리면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환율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환율이 널뛰기할 당시만 해도 주요 연구소는 연말 환율을 1040∼1060원대로 예측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환율과 관련해 확실한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 변수가 많고 정책에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내수 진작도 급한 현안이지만 환율을 조기에 잡지 못하면 그만큼 경기 활성화의 원동력인 기업도 더 긴 겨울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