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은 우리나라의 올해 국가경쟁력 순위가 134개국 가운데 13위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채 반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2008년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를 55개국 가운데 31위로 평가했었다. 조사대상국이 크게 늘었음에도 순위는 무려 18계단이나 올라간 셈이다. 이해가 쉽지 않은 이들 국제연구기관의 조사치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는 26일 ‘국가경쟁력지수의 허와 실’ 보고서를 통해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측정방법 문제 많다=‘자료조사의 객관성’ ‘평가항목 구성’ ‘가중치’ 모두 문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해외의 WEF·IMD와 우리나라 산업정책연구원(IPS)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지수의 평가항목을 비교·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자료조사 경우 설문 의존도가 48%에서 최대 70%로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계량하기 어려운 제도·관행·문화·가치관들이 평가항목으로 포함돼 있으며 무엇보다 응답자인 기업 경영자들이 국가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그 당시의 경제·정치 상황과 자신의 사업여건 등을 고려해 응답하는 경향이 강해 지수 변동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응답률이 15.4%(IMD·08년)와 12∼17%(WEF·07년)에 그친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평가항목 구성 역시 12개 부문 가운데 7개가 기업경영(WEF)과 관련돼 있는 등 기업 편중도가 높으며, 국가발전단계(WEF)·경제발전단계(IMD)에 따라 가중치를 두고 있는 점도 자의적이라고 평가했다.
◇발표에 민감한 우리도 문제=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CNN 등 미국 대표언론은 최근 1년간 국가경쟁력 순위에 대해 언급이 없었다. 일본 역시 지난해 중국(15위)보다 순위가 하락(24위)한 IMD 결과치에 대해 크게 보도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최근 1년간 언론에 보도된 국가경쟁력 순위 관련 기사가 308건(기사 274건, 사설 34건)에 이르렀다. 연구소는 “국가는 기업과 달리 지표로 핵심내용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경쟁력 개념은 국가에 적용될 수 없다”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해외에서의 국가경쟁력지수 발표에 ‘일희일비’하는 등 과민반응을 하거나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약’부분 참고만을=국가경쟁력 지수 산출은 각국 기업인들의 기업 경영환경 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항목별로 각국 기업의 반응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소는 이를 활용하라는 주문이다. 대표적으로 WEF 등 3개 기관이 모두 평가한 항목 가운데 우리나라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 정부효율성 등을 개선하라는 지적이다. 김득갑 수석연구원은 “국가경쟁력 순위 상승이 반드시 지속 성장과 높은 소득수준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임기응변식 처방을 통해 평가지수를 끌어올리기보다는 본질적 국가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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