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에 기업들이 사업을 통해 거둬들인 수익을 투자하기 보다는 내부에 쌓아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10대 그룹의 잉여금 규모가 자본금의 8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증권선물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10대 그룹 계열사 64곳의 유보율은 3분기말 787.13%로 지난해 말보다 67.07%포인트 증가하면서 나머지 495개 기업의 625.72%를 크게 웃돌았다. 전체 조사 대상기업의 유보율은 696.26%로 지난해 말보다 37.94%포인트 늘었다. 또 총잉여금은 393조4613억원으로 7.11% 늘었지만 자본금은 56조5103억원으로 1.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높은 유보율은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자금 여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역으로 투자 등 생산 부문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이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를 미루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집단별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1657.61%로 가장 높았고 삼성(1614.04%)과 SK(1,280.19%)가 뒤를 이었다.
개별기업으로는 태광산업이 2만7666.39%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SK텔레콤(2만7110.26%), 롯데제과(2만534.52%) 순이었다.
유보율이 2000% 이상인 회사는 54개사로 지난해 말보다 11개사가 늘었다. 100% 미만인 회사는 64개사로 2개사가 줄었다.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유보율은 벌어들인 자금 가운데 얼마만큼 사내에 쌓아두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