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박승정 전자신문 정보미디어부장) =SW는 산업 전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발전이 필요한 분야인 것만은 사실이다. 우선, 우리나라 SW산업의 현실과 문제점을 사회 각계의 시각을 통해 진단해 보도록 하자.
◇이영희(현대정보기술 사장)=SW산업이 4D 직종 취급을 받고 있다. 3D에 ‘꿈이 없다(Dreamless)’는 것까지 더해 4D라고 한다. 이러한 문제는 후진적인 수·발주 관행에서부터 시작됐다. 라이선스를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개발하거나 카피해서 쓰려는 관행이 문제다. SW공학도 없다. 그렇다 보니 생산성이나 경쟁력이 제로 수준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솔루션과 기술도 없다. 투자도 안 하고 멀리 보는 눈도 없기 때문이다.
베트남 수출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문제를 더욱 절실히 깨달았다. 그들은 라이선스를 인정하고 몇 명이 투입됐는지보다는 결과물을 중심으로 가격을 매긴다. 베트남도 선진 인프라대로 구축되는데 왜 우리는 안 되는지 의아할 뿐이다.
◇김형곤(투비소프트 사장)=얼마 전 대기업에 SW를 공급할 때 다섯 군데를 거쳐 가격협상을 한 적이 있었다. 중소기업 측에서 라이선스 계약자체가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런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
SW가 어렵다고 할 때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게 패키지SW다. IT서비스 기업은 안정적인 대기업 시장을 갖고 있고 임베디드 분야는 사실 제조업의 메인 롤이 돼가고 있다.
과거부터 주장한 것은 정부부터 SW를 선정할 때 시장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은 치열하게 시키되 경쟁에 대한 승자에는 적절한 보상을 해줘서 그 업체가 보다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대기업에는 커스터마이징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중소기업에는 무리하게 커스터마이징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다.
◇함광선(유니온정보시스템 사장)=똑같은 3년차 개발자라도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50배, 100배 더 잘한다. 그것이 바로 SW 차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몇 명 투입됐는지를 기준으로 가격을 매기기 때문에 실력 차가 인정이 안 된다.
사람 투입해 서비스해주는 이런 식의 모델은 이제 경쟁이 안 된다. 중국 다롄에 갔더니 12만명이 일하는 SW파크가 있었다. 이런 파크가 중국에 52개 있다. 거의 300만명 정도가 IT 아웃소싱에 종사한다는 것이다. 아웃소싱이나 서비스에 주력해서는 중국과 인도에 밀릴 수밖에 없다.
◇이동근(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업계 대표들께서 전반적인 상황을 지적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 역할이 있고 민간의 역할이 있다.
정부가 산업을 키우려면, 공공프로젝트를 내놓거나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이 있다. 기술개발에 대해 투자하기도 한다. 정부에서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내수확대와 기초적인 기술개발, 인력 양성이다.
이 외에도 하도급 거래와 같은 업계의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잘 안 지켜지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업계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이동근 실장의 말씀은 기업 간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그 말은 곧 상생을 의미한다. 상생을 위해서는 사실상 대기업이 더 나서줘야 할 텐데, 상생을 위한 좋은 방안은 없을까.
◇고현진(LG CNS 부사장)=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에 시장을 할애하는 것을 강화하고 대기업이 특혜를 받을 수 있는 요소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에 결제를 어음이 아닌 현금으로 한다든지 하는 것은 상생에 효과는 있겠지만 각론일 뿐이다.
◇이영희=똘똘한 대기업이 나와야 SW강국이 된다. 대기업이 크기 위해서도 중소기업과 상생해야 하는데, 그 실마리는 수출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공공시장이나 금융시장 같은 경우에 용역 개발 위주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문제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개발하는 것은 패키지 SW라고 하지만 일회성, 용역성 개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패키지에 걸맞은 비즈니스가 부족하다. 그런 부분을 중소기업이 해결한다면 IT 서비스 회사와 중소기업이 협력해 수출을 진행할 수 있다.
◇김형곤=수출 이야기가 나왔는데, IT서비스 관점에서는 수출이 절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중소 패키지 SW기업에는 생존의 문제다. 국내에서 웬만한 SW시장에서 한 기업이 올릴 수 있는 매출은 100억원이 한계다. 그 이상 올라가면 가격 하락 현상이 나타난다. 아무리 힘들어도 살기 위해 수출을 하려고 하지만 비용 문제 등 힘든 게 정말 많다.
◇김진형(KAIST 교수)=SW산업에는 여러 주체가 있어 생태계라는 용어를 쓴다. SW생태계라는 과목도 만들어봤다. 각 주체들은 상당히 밀접한 상호관계가 있다. 지금은 악순환 사이클이다. 대학에서 보면 일단 학생들이 안 온다. 선순환 구조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물을 줘야 한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시장 창출이다. 대학에서 볼 때는 시장이 크다는 산업의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게 학생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
◇사회=지식경제부는 최근 SW산업과 관련된 주요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육성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동근 실장께서 말씀하시고 각계에서 바라보는 정부의 역할에 대해 논의해 보자.
◇이동근=대기업의 공공사업 참여 하한 금액을 상향해서 내년 4월 시행한다. 공공시장은 더 작아지고 내부거래는 더욱 커지고 있는 것 같아 중소기업에 시장을 주자는 것이 취지였다. 그런데 20억원에서 40억원으로 상향조정한 것을 보고 중소기업이 좋아해야 하는데 양쪽 다 아직도 불만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제도 자체가 전혀 효과가 없을 수도, 변칙운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조치를 취할 것이다.
또, 전기공사의 분리발주가 잘 정착된 것처럼 SW도 분리발주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 강제화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지경부로서는 우선 산하 기관과 공기업부터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하겠다.
◇김진형=지경부는 발주자들이 중소기업에 시장을 열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얼마 전 SW발전 방안에서 정보화전략계획(ISP)은 별도로 분리해서 본 사업자가 못하도록 했는데, 이렇게 해야 설계를 제대로 하고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ISP는 본 사업에 비하면 정말 푼돈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대기업밖에 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중소기업에 오히려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고현진=과업 변경 보상제도가 있긴 하지만 현실성이 없다. 어느 누가 자신이 요건을 정의한 프로젝트에 대해 이 프로젝트가 잘못됐다고 보고하고 보상을 하겠는가. 과업 변경을 발주 후 2∼3개월이 지나면 못하게 해야 한다. 차라리 프로젝트 시작하고 나서 요건을 추가하지 못하게 하면 분석 설계 제대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SW예산을 현실화하고 감사제도를 고쳐야 한다. 지경부가 가서 설득해야 한다. 우선 협상한 후에 조달청이 가격 협상을 또 하는 것도 문제다. 기술 가격 종합 평가 했으면 그걸로 가야지 가격 협상 또 가면 되겠나.
◇함광선=지금 우리나라 패키지 SW기업들은 IBM이나 EMC 같은 대형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SW기업들을 막 인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연구개발을 더 해야 하지만 여력이 없다. 요즘 SW는 개발하는 데 최소 40억∼50억원이 든다. 100억원 매출해서 어떻게 40억∼50억원을 투자하겠는가. 정부가 개발 비용으로 그냥 돈을 줄 수도 없고, 결국 M&A다. 정부가 M&A펀드 2조원 정도 만들면 기업들이 급속히 M&A 합병하면서 경쟁력 키워갈 것이다.
◇이동근=설계를 전문화하기 위해 ISP와 본 사업을 분리하도록 했다. 그러나 오히려 중소기업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면 이를 방지하도록 하겠다.
또, SW프로세스 품질인증제도도 도입해서 SW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이 정착되도록 하겠다.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정부가 고용계약형 석사제도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데, 학계나 업계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것 같다. 정부의 역할 중 가장 큰 하나가 인력 양성과 고용 창출인데, 전반적으로 SW가 인기가 없어서 학생이 가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맞춤형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해가겠다.
◇사회=좋은 제안들이 나왔다. SW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영희=지금은 CEO지만, 나는 평생을 현장에 있던 기술자다. 유일한 대안은 선진화라는 데 확신을 갖고 있다. 선진화에는 공학의 선진화와 관행의 선진화가 있다. 관행 선진화를 위해서는 우선 라이선스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정부에서도 제품 하나 개발해서 다들 카피해서 쓰지 말고 이미 개발된 상품을 써줘야 한다. 또 제품 가격을 책정할 때 사람이 몇 명 들어갔는지를 계산하지 말고 결과물을 중심으로 하자. 그래서 ISP가 중요하다. 문서화하고 명확하게 발주하는 것이다. 공학 선진화도 이뤄야 한다. 일본은 SW엔지니어링 센터가 지속적으로 공학을 연구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SW품질을 향상하고 있다.
◇김진형=우선 공공 부문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전산직 종사자들이 성공할 수 있는 커리어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누가 발주제도를 선진화하려고 노력하겠는가.
또, SW는 기업 시각에서는 CEO 어젠다가, 국가 측에서는 대통령의 어젠다가 돼야 한다. SW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가적 어젠다를 만들 수 있을 정도 규모가 아니면 누구도 듣지 않는다. 5조원 정도 되는 규모의 국책 과제가 나와야 한다.
목표가 단순한 큰 프로젝트 하나가 있다면 SW는 클 수 있다. 인도에서는 병원 응급 환자 치사율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다 보니 DB도 정비해야 하고 인프라도 설치해야 했다. 이러한 큰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고현진=큰 대기업 몇 개보다 중소기업 육성하는 게 완충 작용한다고 해서 중소기업에 시장을 열고 있다. 그러나 수주 하한제 아무리 해도 중소기업끼리 경쟁하면 출혈 경쟁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소기업 나름대로 M&A를 진행하는 등 노력해야 한다.
◇이동근=화두는 SW의 뉴딜 프로젝트인 것 같다. SW는 지식과 관련된 산업이고, 고용 창출 효과가 가장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SW 뉴딜 정책을 추진하면 효과는 크다고 본다. 정부 내부에서도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참신한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에서 이를 강조하면 시장 창출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SW 관련 R&D 자금도 가급적이면 기본과 관련된 패키지 SW에 집중할 것이다. SW산업을 육성하고 실제로 종사하는 사람들이 보수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력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SW 개발자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껴야 인재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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