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사업 겉돈다

표준화 지지부진···서비스도 `홈 자동화` 수준

 S건설업체가 경기도 파주에 시공한 아파트 단지. 대규모 단지로 올해 첫 삽을 뜬 이곳은 신축 아파트답게 홈 네트워크 시스템이 깔릴 예정이다. 경기 불황으로 건설 경기가 위축되면서 오랜만에 나온 대규모 프로젝트에 주요 업체는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충만했던 기대도 잠시. 수주 경쟁이 불붙으면서 결국 원래 예정에 비해 30%나 낮아진 가격으로 입찰이 끝났다. 수주업체로는 그나마 이 가격으로 버틸 수 있는 대기업에 돌아갔다.

 홈 네트워크 사업이 겉돌고 있다. 국내에서 활성화에 나선 지 벌써 5년이 지났지만 표준화는 지지부진하고 서비스는 ‘홈 자동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와중에 최근에는 전문 업체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에 대기업까지 가세하면서 시장 분위기도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표준화 ‘산 넘어 산’=인프라 성격이 강한 홈 네트워크 분야는 집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단말기의 인터페이스를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댁내 네트워크 인프라와 관련한 공통 표준화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홈 서버 사업에 진출한 T사 한 관계자는 “홈 서버를 각 기기에 맞춰야 하는데 공통 표준이 없어 일일이 해당 업체에 문의하고 이마저도 해당 업체가 보안을 이유로 공개를 하지 않아 개발 과정이 예상보다 상당히 길어졌다”고 토로했다.

 홈네트워크산업협회는 표준 포럼을 운영 중이지만 일부 단말의 인터페이스 규격에 집중하고 있다. 이마저도 다소 현실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단말끼리 인터페이스가 ‘무선’ 규격으로 급격히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유선’ 규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협회 측은 “포럼에서 표준을 만든다고 해도 산업계와 시장에서 이를 활용해야 하는데 다소 지지부진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비스는 ‘홈 오토’ 수준=표준화에 제동이 걸리면서 홈 네트워크 활성화에 나선 지 벌써 5년이 넘었지만 서비스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홈 네트워크 시장은 지난 2003년 정부가 5개년 목표로 시범 사업을 추진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그러나 올해 1차 계획을 마무리했지만 아직도 서비스는 홈 오토(자동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1차 평가 결과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고 판단, 2차 연도에서는 신규 사업보다는 1차 사업을 보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마저도 원래 계획대로라면 벌써 2차 연도 예산과 사업 계획이 나와야 하지만 아직도 확정을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주력 홈 서비스가 조명 제어·가스 밸브 차단·원격 검침 등 제어 위주의 홈 자동화 수준”이라며 “홈 네트워크 주력인 홈 서버와 AV·디지털 가전에 기반한 홈 엔터테인먼트·정보 서비스와 헬스케어 분야는 좀처럼 시장이 열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덤핑·출혈 경쟁 극심=최근에는 건설 경기가 얼어붙고 대기업까지 가세하면서 덤핑과 출혈 경쟁까지 극심해지고 있다. 삼성만 해도 서울통신기술 외에도 삼성전자·삼성중공업·삼성건설·삼성SDS 등이 사업을 벌이고 있을 정도다. 대기업이 시장 점유율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전문 업체와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전문업체는 대기업이 아파트 신축공사 때 계열사 ‘밀어주기’를 하거나 덤핑으로 수주하는 사례가 많다며 강경 대응할 태세다.

 문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덤핑과 물량 공세 등 출혈 경쟁으로 관련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한 중견 홈 네트워크 업체는 “대기업이 무차별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술력 있는 기업이 타격을 받는 게 사실”이라며 “전문 기업을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홈 네트워크 제품군을 중견·중소 전문기업의 고유 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관련 업계와 공동으로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