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품 최고가의 저주(?)’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경신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석조일경삼존삼세불입상(石彫一莖三尊三世佛立像)’이 진품 의혹 때문에 경매가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불상은 과거, 현세, 미래의 부처를 일컫는 삼세불을 담은 작품으로 높이 42.6㎝의 조각이다. 삼세불이 서있는 받침대 부분에 ‘대당 개원 3년 4월 5일’이라는 문구가 명확하게 기록돼 있고, 보존 상태도 좋아 경매 주간사는 최저 추정가를 50억원으로 잡았었다. 거래가 이뤄지면 지난해 5월 서울옥션을 통해 45억2000만원에 팔린 박수근 화백의 유화 ‘빨래터’의 가격을 뛰어넘어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경신할 것으로 미술시장과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양은용 원광대 대학원장, 정영호 단국대 교수, 정명호 전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등 전문가들도 국보급으로도 손색이 없는 조각이라는 의견을 제시해 경매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난 26일 경매 주간사인 아이옥션은 갑자기 “일부 전문가들이 석조일경삼존삼세불입상의 가짜 의혹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있어 27일 예정됐던 경매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일부 고미술업계에서 가짜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이옥션이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 진위논란에 휘말려 지리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서울옥션과 같은 경우를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공창규 아이옥션 대표는 “일각에서 진위를 둘러싸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오늘 긴급 감정단 회의를 열었으며, 일단 논란이 있는 만큼 경매를 취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미술계에서는 국내 미술품 최고가를 기록하면 진품 논란에 휘말린다는 ‘최고가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