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는 아이언 세트를 사면 어프로치 웨지가 세트에 딸려온다.
피칭 웨지와 샌드 웨지 사이의 52도 정도의 로프트를 가진 웨지를 일러 어프로치 웨지 혹은 P/S웨지라고 한다(캘러웨이 아이언, 테일러메이드 아이언과 같은 미국 출신 아이언 세트에는 대개 어프로치 웨지가 들어 있지 않다. 미국에서는 3번 아이언부터 피칭 웨지까지를 아이언 세트로 구성하는 관례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 메이커로부터 시작된 어프로치 웨지를 넣은 세트 구성은 아이언의 로프트를 세우는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됐다. 아이언 거리를 많이 내기 위해서 피칭 웨지의 로프트를 45도 전후로 만들고, 벙커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샌드 웨지는 56도 전후로 만들다 보니 피칭 웨지와 샌드 웨지 사이에 거의 10도의 로프트 공백이 생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어프로치 웨지를 세트에 포함시켰다. 어프로치 웨지가 없는 아이언 세트를 가진 골퍼는 어프로치 웨지를 별도로 구입하게 마련인데, 많은 경우 클리블랜드 52도 혹은 타이틀리스 보키 52도를 구입한다. 코스에서 “캐디양, 클리블랜드 줘요”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런데 문제는 그래파이트 아이언을 사용하는 골퍼에게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이 웨지들의 무게나 바운스, 구즈넥 정도, 스윙 웨이트, 그립의 굵기 등이 피칭 웨지, 샌드 웨지와 맞지 않아서 스윙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파이트 샤프트를 장착한 피칭 웨지의 무게는 대개 410g 정도고 샌드 웨지는 420g 정도 나가는데 중간에 끼어 있는 클리블랜드 혹은 보키 52도 어프로치 웨지의 무게가 470g 정도가 되니 스윙의 일관성을 유지할 도리가 없다.
요즈음 유행하는 로프트를 세운 아이언 세트를 사용하는 골퍼들은 어프로치 웨지가 필수적이다. 한 라운드에서 퍼팅을 제외하고 우리가 때리는 50여개의 샷 중에 반수를 100야드 이내에서 때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프로치 웨지의 중요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세트에 따라온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하나 장만해두는 편이 스코어를 지키는 데 큰 힘이 된다. 이때, 내가 가진 아이언 세트와 무게, 바운스, 구즈넥의 정도, 스윙 웨이트 그리고 그립 사이즈가 비슷한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고, 가능하다면 같은 메이커에서 나오는 어프로치 웨지를 구입하는 편이 골치 아픈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