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작품도 좋지만 고객이 원하는 좋은 상품을 만들겠습니다.”
취임 한 달이 막 지난 김창근 웹젠 신임 대표는 앞으로 나올 게임은 ‘대중성’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초의 3D 온라인롤플레잉게임인 ‘뮤’에서 출발해 ‘썬’과 ‘헉슬리’에 이르기까지 웹젠은 게임 산업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왔다.
반면에 뮤를 제외하고 썬과 헉슬리는 흥행에 실패했다. 김 대표는 그 원인을 고객이 아닌 개발자가 만족하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솔직히 과거의 웹젠은 개발 비용이 지나치게 많았다”며 “취임 후 보다 효과적인 개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했고 이제는 어느 정도 기반을 닦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실용성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말이다. 김 대표의 실사구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창근 대표는 “웹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NHN뿐 아니라 그 누구와도 손을 잡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나올 웹젠의 게임을 NHN이 아닌 다른 업체를 통해 서비스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난 9월 NHN게임스가 웹젠을 인수하면서 게임 업계에서는 ‘NHN이 웹젠이라는 든든한 개발사를 얻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김 대표는 이러한 고정된 시각을 깰 수도 있다는 의향을 내비친 셈이다.
과연 웹젠은 아직 경쟁력이 있을까. 이 의구심에 관해 김 대표는 “웹젠의 가장 큰 자산은 개발력”이라고 단언했다. 가장 많을 때 700여명에 이르던 직원이 이제는 350명 수준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핵심 개발자는 건재하다는 주장이다.
다행히 김 대표 취임 후 웹젠의 분위기는 좋다. 웹젠은 지난 9월 월간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다. 2005년 2월 이후 무려 44개월 만의 일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일시적 효과라는 평가도 있지만 길고 긴 적자의 고리를 끊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국내 흥행에 부진했던 썬이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600억원에 달하는 현금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우선 뮤와 썬에 가장 큰 힘을 기울이고 약 300억원을 투자한 미국 레드5스튜디오의 ‘프로젝트T’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향후 청사진을 내놨다. 여기에 헉슬리는 내년 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선보일 방침이다. 안정적인 내수 매출과 함께 해외 매출 비중을 현재 30%에서 50% 선으로 끌어올려 전체적인 외형도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취임에 즈음해서 웹젠 주식 1만주를 샀다. ‘회사의 부와 자신의 부를 일치시킨다’는 자신의 지론 때문이다.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1세대 게임 명가 웹젠의 재건을 선언한 김 대표의 행보가 기대된다.
장동준기자 djjang@